인공지능(AI) 시장 팽창과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 증가에 따라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의 호황이 지속되고 있다. 전력기기 4사는 이미 약 30조원에 이르는 일감을 확보한 상황이라 몇 년 간 실적 개선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LS일렉트릭 영업익, 전년比 45% 증가… 나머지 3사도 호조
LS일렉트릭은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3% 늘어난 1조3766억원, 영업이익은 45% 증가한 126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9.2%였다.
오는 24일 실적을 발표하는 효성중공업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은 전년 동기 대비 64% 늘어난 1683억원으로 제시됐다. HD현대일렉트릭과 일진전기의 컨센서스는 각각 2708억원, 451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24%, 3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기기 업계가 호황을 맞이한 것은 AI 데이터센터 증가로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력을 배분하는 초고압 변압기와 배전반 주문이 쏟아지고 있지만, 대형 변압기는 숙련된 인력의 수작업이 필수적이라 단기간에 생산량을 늘리기 어렵다. 수요를 공급이 쫓아가지 못하면서 공급자 우위 시장이 형성됐다.
국내 전력기기 4사는 최소 3년 이상의 일감을 확보한 상태다. LS일렉트릭의 수주 잔고는 올 1분기 말 기준 5조6425억원으로 3개월 새 13% 늘었다. 효성중공업 중공업 부문 수주 잔고는 작년 말 기준 11조9000억원, HD현대일렉트릭은 67억3100만달러(약 9조4000억원)에 달한다. 일진전기 중전기 부문 수주 잔고도 약 10억달러(약 1조6000억원) 수준이다.
◇ 북미 사업이 실적 견인… "중동 전쟁 여파 있지만 일시적"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은 특히 북미 사업을 통해 많은 이익을 얻고 있다. LS일렉트릭의 경우 1분기 북미 매출은 약 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 증가하며 분기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체 매출에서 북미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2%로 확대됐다.
자체적으로 전기를 생산해 소비하는 온사이트(On-Site) 발전을 택하는 미국 데이터센터 고객이 늘면서 효율이 높은 직류(DC) 전력기기 수주도 잇따르고 있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전력망 밸류체인 내 초고압변압기부터 중저압 배전기기까지 다방면에서 신규 수주가 늘어나고 있다"며 "올 연간 수주 가이던스 4조원을 상회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HD현대일렉트릭도 북미 매출 비중이 40% 이상을 차지한다. 올해부터 눈에 띄게 늘고 있는 765kV(킬로볼트) 초고압 변압기 수주는 평균 판매 단가가 높아 수익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 밖에 효성중공업도 북미 시장에서 초고압 변압기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일진전기 역시 전선보다 수익성이 높은 변압기 등 중전기의 북미 매출 비중이 높아지면서 전체 수익성이 개선되는 상황이다.
다만 최근 한 달 간 전력기기 업체들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소폭 줄어드는 흐름을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에 따른 운송 지연으로 일부 프로젝트 매출이 2분기 이후로 밀렸기 때문이다. HD현대일렉트릭의 중동 지역 매출 비중은 20%대, 효성중공업은 10% 안팎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리스크에 따른 운송 기간이 늘고 운송비 상승으로 비용 부담도 커졌지만, 이는 수요 둔화와는 무관한 일시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일감을 넉넉히 확보한 상태에서 전력 인프라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어 2분기엔 이익 증가 폭이 더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