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내측에 발이 묶여 있는 한국 국적 선박들이 해협 관문과 가까운 동쪽으로 이동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과 이란이 휴전 협상에 나서면서 통행이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위치를 옮긴 것으로 해석되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주변 정세가 급변하고 있어 선박들이 조만간 해협을 빠져나올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는 의견이 많다.
2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안쪽에 발이 묶인 한국 국적 선박 26척 가운데 약 90%가 아랍에미리트(UAE) 인근 해역으로 이동했다. 이들은 지난 2월 말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카타르·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 등 인근 국가 해역에 정박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가 최근 일주일 간 위치를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최근 진행 중인 미국과 이란의 휴전 협상에 따라 곧 통행이 재개될 경우 최대한 신속하게 해협을 빠져나오기 위해 선박들이 관문 근처로 이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국내 선사가 운용하는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 내로 진입하기도 했고, 지난 17일에는 휴전 협상에 맞춰 해협이 일시 개방되기도 했다.
HMM(011200)과 장금상선, 팬오션(028670) 등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선박을 소유·운용하고 있는 국내 선사들은 전쟁에 따른 보험료와 인건비, 유류비 인상 등으로 인해 하루 약 143만달러(약 22억원)의 비용을 치르고 있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 상황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고 호르무즈 해협 통행과 관련한 이란의 입장이 계속 바뀌면서 국내 선박들이 당장 해협을 빠져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실제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미국의 대(對)이란 봉쇄에 반발해 호르무즈 해협을 일시 개방한 지 하루 만에 다시 봉쇄에 나섰다. 이후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과 컨테이너선 등이 잇따라 공격을 받기도 했다. 미국 역시 이란과 연계된 선박에 대한 나포를 준비한다고 알려지면서 양 측의 군사적 긴장감은 다시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 주말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 기대감이 커지면서 선박들이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 측의 입장이 계속 바뀌고 있는 데다, 양 측이 계속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다시 해협이 열린다 해도 선박들이 바로 통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현재 미국과 이란이 협상을 지속하고 있는 만큼 정부도 상황을 계속 지켜보고 있다"며 "해협 운항 재개와 관련해 특이사항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은 21일까지 휴전 상태로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