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석유 제품 가격 상한선을 두는 '석유 최고 가격제'를 한 달 넘게 시행 중인 가운데 기름값 억제에도 판매량이 줄어든 것이 확인되면서 주유소의 경영난이 심화하고 있다. 국내 주유소 90%는 개인 사업자가 운영하는 자영 주유소다.

서울 시내 한 주유소/뉴스1

17일 산업통상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1·2차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기간(3월 3·4주, 4월 1·2주) 동안 휘발유와 경유 총판매량은 255만1731킬로리터(㎘)다. 전년 같은 기간(269만734㎘) 대비 5% 줄었다. 또한 4주 중에서 3월 넷째주를 제외한 3주 동안 석유제품 판매량은 전년 대비 떨어졌다.

반면 중동 전쟁이 발발한 2월 28일 직후부터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하기 전인 3월 첫째 주에는 석유 제품 판매량이 늘었다. 이 기간 휘발유, 경유 판매량은 67만2554㎘로, 지난해 같은 기간(62만1371㎘) 대비 8% 증가했다. 당시 기름값이 가파르게 오르자, '지금이 제일 싸다'고 보고 미리 기름을 채워두려는 가수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월 넷째 주∼4월 줄째 주 주유소 휘발유·경유 판매량. / 산업통상부 제공.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휘발유·경유 소비가 오히려 늘었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를 반박하기 위해 실제 석유 제품 판매량을 집계한 자료를 전날 공개했다. 하지만 주유소 입장에서 보면 제품 판매량이 떨어졌다는 걸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판매량 감소는 주유소 매출에 직결되는 만큼, 주유소 운영이 힘겨워졌음을 의미한다.

석유제품 소비가 줄어든 배경으로는 휘발유, 경유 가격 상승이 꼽힌다. 이날 오전 8시 기준 전국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1999.33원, 경유 가격은 1993.23원으로 2000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전쟁 발발 전(2월 27일)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경유 가격은 각각 1692.58원, 1597.24원이었다. 석유 최고가 시행 전날(3월 12일)에는 1898.78원, 1918.97원이었다.

이달 휘발유 판매량은 비슷했으나, 특히 경유가 크게 줄었다. 이달 경유 판매량은 67만3860㎘로, 전년 같은 기간(78만2901㎘) 대비 14% 감소했다. 경유는 화물, 선박, 건설 등 국가 경제 기반이 되는 산업 전반에 핵심 동력으로 쓰인다. 고유가와 전쟁 여파로 실물 경제가 얼어붙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 주유소 운영자는 "손님이 평소 대비 절반 정도로 줄었다"며 "주변 직영, 알뜰 주유소와 비교했을 때 가격 차이는 리터당 10원 정도인데, 매출이 반토막 나니 인건비를 건지는 것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주유소 운영자는 "경유 가격이 비싸지니 생계형 트럭 차주들이 운행을 줄이거나 가격을 비교해 다른 주유소로 가는 게 느껴진다"며 "유류비가 한 달에 수백만 원씩 나가는데, 경유가 리터당 100원씩만 올라도 수십만 원씩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