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장기화돼 환율과 유가가 크게 오르면서 항공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에 비해 자금력이 취약한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잇따라 운항 노선을 축소한 데 이어 다양한 비용 절감 방안을 고심 중이다.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계류장에 저비용항공사(LCC) 여객기가 멈춰서 있다. /뉴스1

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LCC 중 한 곳인 에어서울은 최근 비용 절감을 위해 종이 서류를 없애고 태블릿 PC와 스마트폰 등으로만 업무를 하는 '페이퍼리스(paperless)' 시스템을 도입했다. 또 각 지역의 업무 담당자들이 회의와 보고 등을 위해 본사로 집결하면서 생기는 비용 지출을 줄이려는 목적에서 비대면 화상 회의·보고도 늘리기로 했다.

에어서울의 비용 절감 방침은 이 뿐만이 아니다. 항공유 구입 부담을 줄이기 위해 탱커링(tankering)도 활성화하라고 전체 운항 관련 업무 담당자들에게 공지했다. 탱커링이란 연료비가 저렴한 공항에서 비행에 필요한 양보다 더 많은 기름을 미리 넣어 연료비가 비싼 목적지 공항에서의 재급유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뜻한다.

에어서울과 같은 대한항공 계열 LCC인 진에어도 전 직원들에게 격려 차원에서 줄 계획이었던 안전격려금 지급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또 비용 절감 아이디어 공모전도 실시하는 등 악화된 살림살이를 개선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고민 중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내년에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세 곳의 계열사를 통합해 '메가 LCC'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며 "통합을 앞두고 미국과 이란의 전쟁 이후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까지 커져 계열 LCC들이 많은 비용 절감 압박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내 LCC인 이스타항공은 최근 연차 지정·촉진 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제도는 회사가 근로자들의 연차 사용을 촉진하거나 특정 시기에 사용하도록 지정하는 것으로 근로자 대표와의 합의를 거치면 법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이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수당을 줄이기 위해 연차 촉진제 도입을 추진 중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밖에 티웨이항공은 전 부서의 예산 사용을 제한하겠다고 공지했고, 에어프레미아는 올해 승진 심사를 당분간 보류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LCC 업계에서는 일부 항공사가 고유가, 고환율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무급휴직이나 희망퇴직 시행 등 비용을 줄이기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미 티웨이항공과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여러 LCC들은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상황이다.

LCC를 비롯한 항공사들의 위기감이 커진 것은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유가가 올라 항공유 비용이 급증한 데다, 원화 가치 하락과 항공권 가격 상승으로 여객 수요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항공사들은 이달부터 항공권에 적용되는 유류할증료를 대폭 인상했다. 이로 인해 가뜩이나 비수기로 접어들어 감소하고 있는 여객 수요가 더욱 위축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급등한 유가가 고스란히 반영되는 다음 달에는 유류할증료가 더욱 상승할 가능성이 커 항공사들의 여객 수요 감소 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경영 상황이 악화되자 최근 LCC들은 잇따라 운항 노선을 축소하면서 몸집 줄이기에도 나선 상황이다.

제주항공은 다음 달부터 6월까지 인천을 출발해 하노이와 방콕, 싱가포르 등 3곳을 오가는 운항 노선의 항공편을 총 110편 줄이기로 결정했다. 이는 지금껏 국내 항공사들이 밝힌 감편 계획 중 가장 많은 규모에 해당된다.

제주항공 B737-8 항공기(자료사진. 제주항공 제공)

에어프레미아는 다음 달 인천발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뉴욕(뉴어크) 노선에서 총 10개의 항공편 운항을 중단하기로 했다. 또 이달 20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인천∼로스앤젤레스(LA) 노선에서 총 26개 항공편, 인천∼호놀룰루 노선에서 6개 항공편의 비운항 계획도 발표했다.

이 밖에 진에어는 이달 인천에서 괌, 나트랑 등을 오가는 노선, 부산과 세부 등을 오가는 노선 등 총 8개 노선에서 왕복 기준 45편의 운항을 줄이기로 했다. 에어서울도 이달에 인천~괌 노선을 감편한다. 에어로케이는 이달부터 6월까지 청주~이바라키·나리타·클락·울란바토르 등 4개 노선, 에어부산은 이달 부산~다낭·세부·괌 등 3개 노선을 각각 줄이기로 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사들은 화물 매출의 비중이 25%가 넘지만, LCC들은 화물의 비중이 대부분 5% 미만에 그친다"며 "고유가, 고환율로 여객 수요가 급감하면 LCC가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6월에도 수요가 회복되지 못할 경우 심각한 경영난을 겪는 LCC들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