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제철소 생산 현장에서 조업을 지원하는 협력사 직원 약 7000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 지난 2011년 사내 하청 근로자들이 제기해 지금껏 15년을 끌어온 근로자 지위 확인(불법파견) 소송을 마무리해 경영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이날 포항·광양 제철소에서 일하는 협력사 직원들을 직접 고용하는 내용의 로드맵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협력사 소속 현장 직원 약 7000명이 순차적으로 포스코의 정규직 직원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제철소는 24시간 설비를 가동해야 하고 여러 작업들의 직무 편차가 커 직영업체와 협력사 직원이 함께 근무하는 형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포스코 역시 이 같은 원·하청 구조로 철강을 생산해 왔다.
그러나 이날 만든 로드맵을 통해 포스코는 조업과 직접 연관이 있는 지원 업무를 하는 협력사 직원들을 직접 고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포스코는 오랜 기간 사내 하청 근로자들과 근로자 지위를 놓고 법적 분쟁을 겪으면서 몸살을 앓아왔다. 광양제철소에서 일하던 사내 하청 근로자들은 지난 2011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소속 협력업체와 포스코 사이에 체결된 협력 작업 계약이 실질적으로 파견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근로자 파견 계약에 해당한다"며 포스코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번 직접 고용 결정으로 포스코는 15년 동안 끌어온 법적 분쟁을 끝낼 가능성이 커졌다. 포스코는 조만간 입사를 희망하는 협력사 현장 직원들을 대상으로 정식 채용 절차를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가 협력사 직원을 직접 고용하기로 결정한 데는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8월 '다단계 하청 구조를 포함한 하도급 문제의 근본적 개선' 방침을 발표하면서 "협력사 직원 직접 고용을 통해 산업 현장의 안전 체계를 혁신하고 상생의 노사 모델을 바탕으로 미래 철강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장 회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주주총회에서도 "지난 2022년 대법원 판결 이후 직고용이 이뤄졌지만, 직군 차이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며 "장기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당사자 부담이 커지는 만큼 방향성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번 결정을 통해 경영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며 "포항과 광양 지역에서 일자리가 늘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보탬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자리 잡는 하청 근로자 직접 고용… 현대차·동국제강 등도 실시
포스코에 앞서 제조업을 하는 여러 대기업들은 이미 잇따라 하청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2010년 사내 하청업체 소속 생산직 직원이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최종 패소한 이후 하청 근로자를 대규모로 직고용했다. 지난 2012년 사내 하청 문제 해결을 위해 사내 하청업체 대표와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하청지회 등으로 구성된 특별협의체를 구성하고 2014년 4000명, 2016년 2000명, 2017년 3500명 등 세 차례에 걸쳐 총 9500명의 사내 하청업체 직원을 직접 고용했다.
동국제강은 지난 2024년 1월 사내 하청업체 20곳의 직원 10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바 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 이후 비용 부담이 늘었지만, 조업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적극적으로 근무하는 분위기가 조성됐고 노사 관계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의 경우 자회사를 통해 하청 근로자를 직고용하고 있다. 자회사 직원 수는 4500명, 협력사 직원은 2000명으로 운영 중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자회사에 입사하지 않은 협력사 직원들은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소속을 바꾸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