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기로 하는 내용을 담은 정책을 발표한 가운데 그 안에 담긴 나프타분해시설(NCC·Naphtha Cracking Center) 전기 전환 정책을 놓고 석유화학 업계에서 볼맨 소리가 나오고 있다. 생존이 불투명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는 상황인데다 전쟁으로 나프타 구하기도 어려운 업계를 대상으로 조 단위 설비 전환 비용이 들어가는 일을 추진하겠다고 덜컥 발표했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업계 한 관계자는 7일 "탄소 중립은 언젠가는 이뤄야 할 과제"라면서도 "정부 주도로 석유화학 산업 재편을 하고 있는데다 중동 사태로 나프타 수급 자체가 힘든 상황에서 전기를 사용하는 NCC로의 전환은 논의 대상 자체가 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주권정부 에너지 대전환 추진 계획'을 보고하면서 전기 NCC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계획의 핵심은 재생에너지 확대다. 정부는 태양광과 풍력 등 지난해 말 기준 37기가와트(GW)인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을 2030년까지 100GW로 늘리기로 했다. 앞으로 4년 안에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지금의 3배 가까이로 늘리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이를 통해 현재 전체 발전 용량의 11.4%를 차지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20% 이상으로 높이기로 했다.
그러면서 기후부는 산업 공정의 전기화 및 연료·원료의 청정화를 추진한다고 했다. 철강 분야에서 수소환원제철 실증 설비를 완공하는 것과 함께 석유화학업계에서 기존 NCC를 전기 NCC로 전환할 것을 제시했다. 기후부는 이 과정에서 필요한 전기 NCC 전환 관련 비용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NCC를 갖춘 석유화학 회사는 나프타를 800~1000°C 이상의 고온에서 고압으로 분해해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과 같은 석유화학 원료를 만든다. 에틸렌은 이른바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기초 석유화학 제품으로 플라스틱, 비닐 같은 일상에서 사용하는 제품뿐 아니라 자동차·전자 등 주요 산업의 각종 부품을 만드는 데 쓰인다.
석유화학 회사는 주로 NCC를 돌리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NCC 가동 연료로 사용한다. 납사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메탄, 수소 등의 부산물을 가장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부산물은 NCC가 사용하는 전체 연료의 약 65~75%를 차지한다.
부산물을 사용하면 바로 재사용이 가능해 별도의 연료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데다 발열량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오히려 부산물을 연료로 사용하지 않으면 버려지는 에너지가 된다. 부산물로 채우지 못한 연료는 액화천연가스(LNG)로 보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A사 관계자는 "NCC에선 나프타를 고온에서 분해해야 하는데 전기로 그만큼의 열을 만들어내는 것은 쉽지 않다"며 "여기다 전기를 화석연료 기반으로 만든다면 재생에너지 확대와 그로 인한 탄소 배출 감소라는 의미를 찾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사용한다고 해도 지금과 같은 구조라면 늘어나는 전기료를 감당해야 하는 비용 부담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전기 NCC로 전환하려면 현재 사용 중인 NCC 설비 자체를 바꿔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업계에선 NCC 설비를 새로 설치하는데 조단위 자금이 투입된다고 추정한다.
B사 관계자는 "석유화학 업계 자체가 중국발 과잉 공급으로 힘겨운 상황에서 전기 기반 NCC로 전환할 자금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C사 관계자는 "지금처럼 나프타 자체가 부족한 상황에서 느긋하게 논의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라며 "전기 NCC로 바꾸면 지금은 연료로 사용하고 있는 메탄을 다시 재처리하는 비용도 생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