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친환경 선박 시장에서 중국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기술력은 아직 한국이 앞선다는 평가가 많지만, 중국은 자국 내 발주 물량이 많아 수주를 늘리며 기술 격차도 빠르게 좁히는 모양새다.

4일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CGT(표준 화물선 환산 톤수) 기준으로 대체연료추진 선박 수주의 51.1%(약 1150만톤)를 중국 조선사가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30.9%(약 694만톤)를 수주했다. 지난 2020년만 해도 한국이 68%, 중국이 23.5%를 각각 수주했는데 역전된 것이다.

올해만 놓고 보면 격차가 더 벌어진다. 올해 2월까지 한국 조선사의 대체연료추진 선박 수주 점유율은 17.3%(약 207만톤)로 72.4%(약 869만톤)인 중국에 크게 뒤진다. 같은 기간 척수 기준으로 봐도 중국의 수주량(264척)은 한국(50척)의 5.3배에 이른다.

그래픽=정서희

대체연료선박은 중유·경유 등 석유 계통 연료 대신 탄소 배출이 적은 에너지원을 연료로 사용하는 선박을 말한다.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 메탄올 추진선, 암모니아 추진선, 수소 추진선, 전기 추진선 등이 이에 속한다.

중국은 지난 2022년 대체연료추진 선박 시장에서 47.9%를 수주하며 46.7%를 수주하는데 그친 한국을 처음으로 제쳤다. 이후 격차를 계속 벌리며 현재 시장에서 독주하고 있다.

중국 조선사의 약진은 정부의 강력한 지원 정책 덕이다. 중국은 2023년 말 5개 국가 부처가 공동으로 발표한 '조선 제조업의 녹색 발전을 위한 실행 계획(2024~2030년)'을 통해 친환경 선박 제품 공급을 늘리고 대체 연료·신에너지 기술을 국제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2024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전 세계 조선·해운 관계자 100여 명을 초청한 가운데 '국제테크포럼'을 열고 암모니아 추진선 신기술을 발표했다. / HD한국조선해양 제공

2025년까지 LNG, 메탄올 등 친환경 선박의 ​​국제 시장 점유율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달성했다. 국영 해운사와 조선소를 둔 중국은 자국 내 자체 발주 물량이 많아 기술 검증 속도를 높이는 데도 유리하다.

조선업계에서는 기술력은 아직 한국이 앞서 있다는 평가가 많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한국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중국에 2년 앞선 기술력을 갖고 있다고 파악했다.

한국은 대형 LNG 추진선을 비롯해 메탄올, 전기추진 선박 기술을 빠르게 상용화한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중국의 경우 친환경 선박 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실선 운항 경험은 적은 것이 약점이다. 국제 인증 횟수, 고난도 기자재 독자 설계 제작 능력 등에서도 아직 한국이 중국보다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 상하이 창싱다오에 들어선 후둥중화 조선소 전경. /후둥중화조선 제공

한편 대체연료추진 선박 시장은 지속적으로 커질 전망이다. 국제해사기구(IMO)의 규제 영향으로 전세계 선박 발주에서 차지하는 친환경 선박 비율도 계속 늘고 있다. 전체 선박 신규 발주에서 대체연료선박의 비중은 2021년 32%에서 2024년 45%로 증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치고 나갈 수 있는 건 결국 자국 발주가 가능하기 때문"이라면서 "우리나라도 해운사가 신기술을 적용한 친환경 선박을 발주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 등 다양한 방안을 통해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했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국이 기술 개발을 하며 격차를 좁혀오는 상황에서 10~30% 정도 나는 선박 가격 차이는 좁혀지지 않다 보니 점유율 차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쉽지 않지만 가격 경쟁력을 제고할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