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인하를 통한 물가 안정'이라는 알뜰주유소의 도입 취지가 무색하게 2차 석유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정유 4사의 평균 기름값 오름폭보다 알뜰주유소의 기름값 상승분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도로공사가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운영하는 알뜰주유소의 가격 상승 추세 폭이 가장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로공사는 석유제품 저장 용량이 작음에도 회전율은 높아 2차 석유최고가격이 빠르게 반영된 영향이라고 설명한다.
알뜰주유소는 지난 2011년 당시 국제 유가 급등으로 국내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000원에 육박하자, 서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3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한국도로공사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운영하는 주유소 브랜드는 'EX-오일(OIL) 알뜰',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주유소는 '자영 알뜰', 농협이 운영하는 주유소는 'NH 알뜰'이다. 한국도로공사와 한국석유공사는 SK에너지로부터 석유제품을 공급받고, 농협은 에쓰오일로부터 석유제품을 공급받는다.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EX-오일 알뜰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1973.70원이다. 자영 알뜰주유소(1887.28원), NH 알뜰주유소(1911.42원)보다 높은 가격이고, 정유 4사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판매가격(1922.33원)보다도 비싸다.
경유 가격 역시 마찬가지다. 2일 EX-오일 알뜰주유소의 경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1979.63원으로 정유 4사 평균 경유 판매가격(1913.17원)을 뛰어넘은 것은 물론, 알뜰 주유소 브랜드 중에서 가장 비싸다. 자영 알뜰주유소와 NH 알뜰주유소의 경유 평균 판매가격은 각각 1872.71원, 1910.99원이었다.
EX-오일 알뜰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3월 29일 이후 알뜰주유소 평균 판매가격을 웃돌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NH 농협 알뜰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이 알뜰주유소 중에서 가장 비쌌다.
EX-오일 알뜰주유소의 기름값 상승 폭은 지난달 27일 2차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여타 알뜰주유소 브랜드는 물론 정유 4사 평균을 넘어섰다. EX-오일 알뜰주유소에서 판매된 휘발유와 경유는 3월 27일~4월 2일 사이에 각각 194.17원, 200.68원 올랐다.
같은 기간 자영 알뜰주유소의 휘발유와 경유는 각각 101.97원, 89.28원 올랐다. NH농협 알뜰주유소의 휘발유와 경유도 각각 90.97원, 92.03원 오르면서 EX-오일 알뜰주유소의 상승 폭보다 작었다. 정유 4사 주유소의 평균 가격 인상액은 휘발유가 78.44원, 경유가 73.92원이었다.
실제 사례를 봐도 EX-오일 알뜰주유소의 기름값은 해당 지역 기름값 평균보다 일반적으로 비싸게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EX-오일 만남의광장(부산방향) 주유소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기 이전, 기름값이 싼 곳으로 알려진 곳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반대다.
3일 기준 해당 주유소는 휘발유와 경유를 1986원에 판매 중이다. 서초구에 위치한 30개 주유소 중 8번째로 비싸고 서초구 평균(휘발유 1930원, 경유 1907원)보다도 높다. EX-오일 만남의광장 주유소에서 차로 9분 거리에 서초구 최저가 주유소 가격은 휘발유 1786원, 경유 1761원이다.
EX-오일 현풍주유소(마산방면)는 휘발유와 경유를 3일 기준으로 각각 1984원, 1983원에 판매 중이다. 대구 달성군 평균(휘발유 1907원, 경유 1905원)보다 높다. 1.1km 떨어진 K주유소(휘발유·경유 모두 1938원)보다 비싼 것은 물론이다.
전북 장흥군에 있는 EX-오일 장흥정남진주유소도 휘발유(1986원)와 경유(1983원)를 장흥군 평균(휘발유 1964원, 경유 1960원)보다 높게 판매 중이다. 이곳 역시 4.1km 떨어져 있는 J주유소(휘발유·경유 모두 1945원)보다 기름값이 40원 정도 비싸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만남의 광장 주유소의 경우 휘발유 탱크 용량은 13만 리터인데 2차 최고가격제 시행 첫날에만 10만 리터가 판매되면서 3월 26일 이전 입고 물량이 만 하루 만에 소진돼 2차 최고가격이 조기에 반영됐다"며 "대부분의 EX-오일 알뜰주유소에서 1차 최고가격제 시행 당시 유류 재고가 빠르게 소진돼 불가피하게 2차 최고가격제 기준에 맞춰 판매 가격이 조정됐다"고 말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EX-오일 알뜰주유소의 일일 평균 판매량은 4만 리터로 시내에 있는 주유소(1만리터)의 4배 수준이다. 반대로 EX-오일 알뜰주유소의 평균 저장용량은 17만리터다. 한국도로공사는 시내에 있는 주유소의 평균 저장용량은 30만리터로 추정한다.
한편, 정부가 지난달 13일 처음 실시한 1차 석유최고가격은 휘발유가 1724원, 경유가 1713원이다. 지난달 27일부터 시행된 2차 석유최고가격은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이다. 석유최고가격은 주유소의 판매 가격이 아닌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석유제품 상한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