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내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탄소세' 논의를 1년 연기시킨 미국이 규제 전면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선박을 보유한 중국과 중재하려는 일본 등 각국이 의견을 내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임기까지는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조선업계가 받을 영향에도 이목이 쏠린다.

29일 조선·해운업계 및 스플래시247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최근 IMO 해양정책위원회(MEPC)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넷제로 프레임워크(NZF·Net-Zero Framework)'의 전면 폐기를 공식 요구했다. 또 현재 논의되고 있는 NZF에 결함이 있다면서 IMO를 글로벌 기후 은행에 비유했다.

지난해 10월 영국 런던 국제해사기구(IMO) 본부에서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가 열렸다. /IMO 제공

미국은 규제로 의존성이 커질 친환경 연료가 비싸며 검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또 중유, 디젤 등 전통 화석연료가 공평하지 않게 불이익을 받는다고 지적하면서 모든 에너지를 포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은 탈탄소 규제가 세계 경제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해운업계의 규제를 중단하기 위한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다. IMO는 지난해 10월 영국 런던 본부에서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를 열고 '선박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중기 조치' 채택 여부 결정을 1년 연기하기로 했다. 당시 연기안을 낸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57개국이 연기안에 찬성했고, 49개국이 반대표를 던졌다.

다른 국가들도 오는 10월 열릴 제84차 해양정책위원회(MEPC)를 앞두고 각각 의견서를 내고 있다. 중재에 나서는 일본은 정부가 세금을 걷는 방식 대신 기업끼리 시장 내에서 거래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탄소 발생을 적게 하면 남는 잉여분(Surplus Units)을 부족한 업체에 판매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제도 자체에 반대하는 미국의 주장과 일괄 탄소세를 주장하는 유럽 등 국가의 기존 안을 중재할 수 있는 지점이다.

덴마크 해운회사 머스크의 한 저탄소 배출 선박. /로이터=뉴스1

세계 최대 선박 보유국인 중국도 세부안에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탄소 배출량을 측정할 때 암모니아, 메탄올, 수소 등 합성 연료에서만 내재 배출(연소할 때뿐만 아니라 연료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량까지 측정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다른 연료에 비해 더 엄격하게 측정하는 것이 IMO의 중요한 원칙인 기술 중립성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중국은 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강국으로 분류된다.

조선업계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면서도 단기적인 대응도 염두에 두는 모습이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 임기까지 규제가 확정되지 않을 경우 LNG 추진선 등 중간 단계의 친환경 선박보다 장기적으로 더 필요한 수소·전기 등 무탄소 추진 선박과 암모니아 추진선 고도화 등에 더 투자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판단을 하는 경우가 있다.

암모니아 추진선 조감도. /HD현대 제공

한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이라는 방향이 바뀌지 않기 때문에 단기적 이슈로 본다"면서도 "현재 많이 쓰이는 LNG 추진선은 대부분 LNG 운반선으로 탄소중립이 되어야 하는 2050년을 겨냥한 선박은 아니기 때문에 규제가 지연될 경우 LNG 추진선 발주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한국 조선사에 기회가 될 거란 시각도 있다. 실제 IMO의 일괄 규제가 지연되더라도 각 지역에서 환경 규제를 할 수 있는데, 다품종 맞춤형 선박 건조에 강한 한국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체 규제보다 IMO의 일괄 규제 집행을 기다렸던 국가들이 각각 환경 규제를 해버리면 해당 지역 선주들이 규제에 맞는 다양한 선박 건조를 원할 수 있다"면서 "다양한 요구에 맞춘 제작 경험이 많은 한국에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