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KF-21의 수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KF-21 공동 개발국인 인도네시아 간 협상이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데다, 중동과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KAI는 생산 능력을 키우는 것도 검토 중이다.
27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KAI는 지난해부터 인도네시아와 KF-21의 수출 협상을 이어오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이 이달 말 국빈 자격으로 방한하는 동안 최종 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목표로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네시아는 KF-21의 공동 개발 국가다. 한국은 지난 2010년 총 8조8000억원의 개발비 중 약 1조6000억원을 인도네시아가 부담하는 대신 시제기 포함 48대와 일부 기술을 이전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인도네시아가 도입을 확정할 경우 KF-21의 성능과 품질을 직접 전 세계 방산 시장에서 입증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인도네시아가 KF-21을 도입하지 않을 경우 다른 국가들과의 협상에서 '공동 개발국도 안 샀는데, 우리가 먼저 도입하는 건 부담이 된다'는 논리가 작용해 불리할 것"이라며 "반대로 도입 계약이 체결되면 KF-21의 글로벌 확장성이 생긴다. KAI에게 인도네시아가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다목적 전투기 FA-50을 주력 전투기로 운용하고 있는 필리핀과 말레이시아도 KF-21의 도입 가능성이 있는 국가로 꼽힌다. 외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도 KAI와 현재 도입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중동 2개 국가와의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수출 확대와 적기 납품을 위해서는 KAI가 생산 능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KAI는 오는 2028년까지 KF-21 블록Ⅰ 40대를 납품해야 한다. KF-21 블록Ⅰ에는 외국산 공대공 미사일이 탑재된다. 2027년부터 2031년까지는 국산 공대지, 공대공 미사일 등을 장착하는 형태의 KF-21 블록Ⅱ 80대를 생산한다.
전투기의 생산은 크게 부품을 제작하는 초기 단계, 전·후방 동체 등 구조물로 만드는 단계, 전방·중앙·후방 동체 등 구조물을 하나로 이어 항공기의 외형을 완성하고 전자장비를 탑재하는 최종 조립 단계로 나뉜다.
초기 단계부터 최종 조립 직전까지 가는 데만 1년 이상이 소요된다. 최종 조립 단계에서는 8개월이 걸린다. 그 이후에는 생산된 기종이 시험 평가를 거쳐 전력화되는 데까지도 수개월 이상 필요하다.
전투기 한 대가 군에 납품되는 데까지 최소 2년 이상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KAI의 경남 사천 본사 고정익동 내 최종 조립이 진행되는 라인은 4개다. 이중 KF-21이 최종 조립되는 라인은 2개다.
군 안팎에선 KF-21의 수출이 확대될 경우 현재 생산 라인 규모로는 군 물량과 수출을 모두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 당국의 한 관계자는 "수주 물량을 안정적으로 소화해 납기를 지키는 것도 KAI의 과제"라고 설명했다.
KAI는 생산 능력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도 기존 생산량의 150%까지 속도를 낼 수 있지만, 생산 라인을 증설해 T-50 고등훈련기와 KF-21 생산 라인을 분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새 공장을 지을 부지도 확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KAI는 지난해에도 KF-21 납기와 수출을 고려해 시험 비행을 위한 격납고를 증설한 바 있다. KAI 관계자는 "생산량은 조절하면 되는 문제여서 납기에는 전혀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