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풍력산업협회가 오는 27일 정기 이사회를 열고 차기 협회장사를 선출하는 투표를 진행할 예정인 가운데, 선출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 등을 두고 잡음이 일고 있다. 협회는 일단 예정대로 투표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23일 풍력 업계에 따르면 한국풍력산업협회 협회장사로 단독 입후보한 명운산업개발은 이번 정기 이사회에서 240여 개 회원사 중 재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으면 회장사로 선출된다. 임기는 3년이며, 회장사가 연임 의사를 밝히면 자동으로 3년 더 임기를 연장할 수 있다.

전남 영광군 낙월면 해역에 조성 중인 낙월해상풍력 조감도. / 낙월블루하트 제공

기존 풍력산업협회 회장사는 SK에코플랜트였다. SK에코플랜트는 대표이사 변경을 이유로 3년 임기를 조금 남겨둔 상황에서 회장직을 내려놓았다. 이후 대기업인 D사가 협회장사 입후보를 고민했지만, 회사가 풍력 산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 등을 고려해 출마를 접었다. 이후 명운산업개발이 협회장사 후보로 떠올랐고, 최종 단독 후보가 됐다.

일부 회원사는 단독 후보 선출 과정이 협회 정관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한국풍력협회 정관에는 '협회장사 후보는 회장추천위원회를 통과해야 이사회 의결 대상이 된다'고 돼 있다. 협회장사를 선출하려면 '회장추천위원회 통과 → 이사회 의결 → 정기 이사회 투표'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셈이다.

애초 협회 사무국이 회원사·공공기관·시민단체·교수 등으로 구성한 회장추천위원회는 명운산업개발이 협회장사가 되는 것에 반대 의사를 내놓았다. 이후 명운산업개발은 회장추천위원회에 이사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사진은 이에 동의했다. 결국 이사진이 포함된 회장추천위원회는 명운산업개발이 협회장사 후보가 되는 것에 동의했고 이사회 투표가 시작됐다.

1차 투표에서 명운산업개발은 과반을 얻지 못해 협회장사 출마 자격을 얻지 못했다. 이후 재투표를 진행한 결과, 이사회 이사 10명 중 3분의 2의 동의를 얻어 협회장사 후보가 됐다.

풍력 업계 한 관계자는 "회장추천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이사회 의결 대상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부터 깨졌다"라면서 "업계에서 한국풍력산업협회 이사진의 책임감이 부족했다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명운산업개발은 회사의 이익을 위해 협회장사에 출마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명운산업개발의 해상풍력 개발사인 삼해이앤씨의 정종영 대표는 "풍력 산업은 입찰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돼 협회장이 된다고 해도 거둘 수 있는 이익이 없다"라면서 "명운사업개발이 대기업은 아니지만 사업은 크게 하고 있으니 회장사로 나가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이 와서 그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명운산업개발이 전남 영광군 낙월면 해역에 조성 중인 낙월해상풍력 사업에 중국산 기자재를 다수 사용했다는 점을 문제로 삼고 있다. 국내 해상 풍력 공급망을 육성하겠다는 정책 취지와 달리 협회가 중국산 기자재 사용에 큰 문제를 제기하지 않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명운산업개발은 낙월해상풍력에 터빈과 블레이드, 전선 등 핵심 기자재로 중국산을 썼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국산을 쓰면 좋았겠지만 터빈의 경우 국산은 사용된 이력(레퍼런스)이 없어 이를 채택할 경우 (해외) 금융기관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승인하지 않는 상황이었다"라면서 "터빈, 블레이드, 외부망을 제외하고는 모두 국산 기자재를 사용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