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들이 핵심 부품의 내재화에 나서고 있다. 일부 핵심 부품과 구동 장치를 자체 설계·개발하거나 기업 인수를 통해 확보하며 양산 단계로의 전환과 생산 효율성 제고를 노리는 모습이다. 그동안 풍부한 부품 공급망을 바탕으로 성장한 이들이 전략을 바꿔 수직계열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20일 로봇업계에 따르면 중국 로봇업체 유비테크로보틱스는 지난 10일(현지 시각) 선전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로봇 부품 제조업체 저장 펑룽 전기(Zhejiang Fenglong Electric) 지분 인수를 승인했다. 유비테크로보틱스는 지난해 전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1000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양산한 회사다. 인수하는 지분은 총 43%로 약 17억위안(약 3683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감독이사회 7석 중 6석도 확보해 사실상의 경영권을 갖게 됐다.

중국 스타트업 유비테크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워크(Walker) S2가 스스로 배터리를 갈아 끼우고 있다. /유비테크로보틱스 유튜브

유비테크로보틱스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산업 현장에 가장 많이 판매한 곳으로 꼽힌다. BYD와 폭스콘 공장 등에 수백대를 출하하며 상용화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에서는 핵심 부품에 대한 자체 공급망 확보를 통해 리스크를 제거하고 생산 비용 안정화를 추진하기 위한 행보로 보고 있다. 기계용 엔진 부품 전문 업체 저장 펑룽 전기가 주로 생산하는 모터, 유압시스템, 정밀 기계 부품(감속기 등)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관절 제작 등에 필수적인 것들이다.

작년에 가장 많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양산한 애지봇과 생산량이 두 번째로 많은 유니트리도 모두 핵심 부품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다.

애지봇은 핵심 부품 자체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 링시(LingXi) X2 시리즈의 소뇌 및 도메인 컨트롤러를 자체 개발한 것을 비롯해 지난해 8월에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핵심 부품인 정밀 로봇 손 OmiHand를 자체 브랜드로 공개하기도 했다.

유니트리는 관절용 모터 'GO‑M8010‑6', 'A1 Motor' 등을 자체 설계하며 부품 내재화에 나서고 있다. 속도가 중요한 개발 초기 단계에는 부품 공급망 의존도가 높았지만, 양산을 통한 통합 제품 제조 단계로 가기 위해서는 자체 설계 역량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비용 절감 효과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트리는 자체 개발을 통해 모터 조달 비용을 외부에서 구매할 때와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과 수급 등 외부 시장 변동성에 영향을 받지 않아 원가가 안정되고 생산 조율을 할 수 있는 점도 보이지 않는 이득이다. 자체 개발 부품이 향후 설계 최적화로 이어질 경우 부품 통합 비용 절감도 가능하다.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차이나 휴머노이드 로봇 컨퍼런스'에서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로봇 G1이 리듬을 타며 움직이는 모습./최지희 기자

로봇업계에서는 이들 대형 업체의 움직임을 감안할 때 대량 생산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한창수 한양대 로봇공학과 명예교수는 "부품 내재화는 대량 생산으로 가기 위한 준비 단계라고 보는 게 일반적"이라면서 "부품을 직접 만들면 원가를 절감할 수 있고 설계 최적화를 통한 차별화도 가능해진다"고 했다.

한편 현재 한국 로봇기업의 부품 개발 및 제조 역량은 상당한 수준에 올라섰지만,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에 밀리다 보니 상당수 부품을 중국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 규모와 가격에서 차이가 나다 보니 아직은 중국 부품에 의존하는 경우가 꽤 있다"면서 "중국 부품을 사용할 경우 미국에 수출을 못 하는 상황인 만큼 부품 기업에 대한 지원을 통해 규모를 키우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했다.

글로벌 리서치 업체 카운터포인트는 실제 현장 배치되는 휴머노이드 로봇 수가 2027년 10만대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비테크로보틱스도 2027년까지 연간 생산량을 1만대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