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 로봇 콘퍼런스에서 관람객들이 유니트리 휴머노이드 로봇의 격투 시연을 지켜보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은 미국 상업용 드론 산업을 무너뜨린 것과 동일한 중앙 계획식 전략을 첨단 로봇 부문에서 실행하고 있다. 로봇 시장을 내주면 핵심 인프라 내부에 '트로이 목마'를 설치하는 것과 같다."

로봇 시스템·무인기 분야를 대표하는 세계 최대 산업 단체 국제무인시스템협회(AUVSI)의 마이클 로빈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17일(현지 시각) 미국 하원 국토안보위원회 사이버 보안·인프라 보호 소위원회 청문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날 청문회는 중국 최대 로봇 기업인 유니트리 로보틱스와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등 중국 기업의 기술이 미국 국가 안보에 미치는 위협을 점검하기 위해 열렸다.

미국 로봇 업계는 이날 "원가 이하로 일상과 산업 현장에 빠르게 도입되고 있는 중국산 상업용 로봇이 감시와 인프라 교란, 물리적 위협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경고를 잇달아 내놨다. 일반 기기 해킹이 데이터 유출에 그친다면, 자율주행과 네트워크 기능이 탑재된 로봇의 해킹은 시설 감시와 운영 교란, 물리적 위해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로빈스 회장은 이날 제출한 A4 12장 분량의 서면 증언에서 현대 로봇을 단순 산업 장비가 아닌 데이터를 수집하고 원격으로 관리되는 '사이버-물리 시스템'으로 규정했다. 소프트웨어와 통신망, 센서 기능이 결합된 로봇은 통제권을 잃으면 시설 감시를 넘어 현장 운영을 교란하고 인프라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문제는 중국산 로봇이 중국의 특수한 법적 환경과 맞물려 언제든 중국 정부의 감시 및 교란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로빈스 회장은 주장했다. 유니트리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은 국가정보법·사이버보안법에 따라 국가 정보기관의 요청이 있을 경우 데이터와 시스템 접근권을 제공할 법적 의무를 진다. 그는 "중국의 시장 지배를 방치하면 데이터 탈취와 원격 교란을 비롯해 분쟁 시 공급망의 무기화 위험에도 국가가 노출된다"고 경고했다.

중국 군이 2024년 5월 캄보디아와의 합동 훈련에서 공개한 기관총을 장착한 로봇 전투견./CCTV 캡처

로빈스 회장은 유니트리 로보틱스의 4족 보행 로봇이 중국 인민해방군(PLA) 합동 군사 훈련에서 자동 소총을 장착하고 표적을 타격하는 데 활용된 영상을 증거로 제출했다. 중국 관영 매체는 이 로봇 개가 무장 드론 및 병사들과 함께 시가전 모의 훈련에 투입된 장면을 방송했다. 최근 중국 내 대학 주도 군사 훈련에서도 로켓 발사가 가능한 로봇 개가 등장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매슈 말카노 부사장도 최근 중국 군사 퍼레이드에서 4족 보행 로봇이 전시된 사례를 언급하며 "미국이 AI 경쟁에서 이기려면 로봇 경쟁에서도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로봇에 탑재된 센서가 수집하는 공간 정보도 안보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AUVSI는 중국 드론·영상 장비 기업 DJI 계열사 리복스의 라이다(LiDAR) 센서가 뉴욕 JFK 국제공항과 펜스테이션에 설치된 것을 확인하고 이달 뉴욕주 당국에 경고 서한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라이다는 시설 구조와 보안 배치, 인파 흐름을 고해상도 3차원 데이터로 실시간 수집할 수 있다. 로빈스 회장은 중국 정보기관이 필리핀 내 미군 기지를 매핑하기 위해 라이다 센서를 활용한 정황이 적발된 사례를 언급하며, 라이다가 이동형 로봇 플랫폼에 탑재될 경우 위협이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로봇 업계는 중국 로봇 기업들이 양산에 속도를 내며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AI 데이터 훈련 플랫폼 기업 스케일AI의 맥스 펜켈 글로벌 정책·대관 총괄은 "미국이 기술 우위 확보에 매달리는 동안 중국은 실제 현장 적용과 대량 보급에 집중하고 있다"며 "현장 배치와 상용화 속도를 높이지 않으면 미국은 뒤처져 영원히 따라잡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로빈스 회장은 중국 정부의 대규모 투자가 이러한 저가 공세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짚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올해 로봇과 첨단 기술 분야에 1조위안(약 216조원) 규모의 국가 벤처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20년에 걸쳐 지방정부와 민간 자본을 끌어모으는 구조다. 베이징시와 상하이시도 각각 140억달러(약 21조원), 7700만달러(약 1140억원) 규모의 별도 펀드를 운용 중이다. 중국 국영 은행들은 지난 4년간 공장 건설과 산업 자동화에 1조9000억달러(약 2822조원)를 산업 대출로 집행했다.

이처럼 중국 기업들이 낮은 가격으로 시장을 선점하면, 미국 기업은 연구·개발과 생산 능력 확대에 필요한 수익을 확보하지 못해, 결국 미국 로봇 산업 기반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날 미 로봇 업계는 핵심 인프라 내 우려 국가 센서 기술 배치를 통제하고, 국가 차원의 로봇 전략을 수립하는 관련 법안 처리를 미 의회에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