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가스시설에 대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한국 조선사가 지어 중동 지역으로 보낼 예정이던 선박의 운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3~4년 전 대량으로 수주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인도 시기가 순차적으로 도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외신 등을 종합하면 이란의 거대 가스전인 사우스 파르스 시설이 공격받은 직후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엑스(X)에 "이번 공격은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면서 "전 세계를 휩쓸 통제 불능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썼다.

이란에 사실상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 인근 오만 무스카트에 유조선들이 정박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전쟁은 점점 쉽게 끝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조선업계 입장에서는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신규 건조 선박 인도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전 세계 선박이 페르시아만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듯 안으로 들어가는 것 역시 어려워진 상황에서 신조 선박의 정상 인도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LNG 운반선은 일반적으로 운송 계약 없이 일단 진행되는 '투기성 발주'와 달리 투입될 곳이 정해진 장기 용선 계약을 기반으로 발주되는 경우가 많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6척, 2025년 11척이던 한국 조선사의 중동 지역 인도 선박 수는 올해 16척, 내년 26척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2020년부터 2023년쯤까지 한국 조선사가 대량으로 수주한 카타르 LNG 프로젝트발(發) 신조선 건조가 완료될 때가 된 것이다.

이 배들이 계획대로 인도되지 못할 경우 임시 용선 시장에 나와 임대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최근 정상적인 LNG 공급 계약 이행이 불가능하다며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한 카타르에너지는 LNG 운반선 10척을 임대 매물로 내놓았다. 임대되는 배는 다른 LNG 생산지로 투입된다.

지난 2일 카타르에너지의 라스라판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시설. /로이터=연합뉴스

선주가 배를 빌려주지 못할 경우 배를 찾아가지 않고 조선사가 배를 보관할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계약상으로는 해운사가 무조건 배를 가져가야 하지만 가져가지 못할 경우 보관비를 내면서 인수를 미룰 수 있다.

HD현대중공업(329180), 한화오션(042660), 삼성중공업(010140) 등 주요 조선 업체는 최근 중동 전쟁으로 인한 선박 인도 지연 조짐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인데 만약 선주가 인수하지 못할 경우 보관비를 받고 배를 맡아주도록 계약이 돼있다"라면서 "2008년 금융 위기 당시에도 자금줄이 막힌 선주들이 배를 못 받아 가는 상황이 있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사례를 봤을 때 조선사 입장에서는 계약이 파기되더라도 배를 다른 선사에 새로 파는 게 나은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