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로 전 세계 해상 운임이 요동치는 가운데 국내 선사인 장금상선이 최대 수혜자로 부상하고 있다. 장금상선은 이란전쟁 발발 직전까지 4조원 넘게 들여 초대형 유조선 100척 이상을 확보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유조선 용선료가 하루 사상 최고 수준으로 급등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15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장금상선 내 탱커(유조선·가스선 등 액체 화물선) 법인인 장금마리타임은 최근 수개월간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36척을 중고선 매입·용선(임차)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확보했다. 장금마리타임이 운용하는 VLCC는 100척 이상으로 늘었다.

장금상선 벌크선. /장금상선 홈페이지 캡처

전례 없는 투자는 정태순 장금상선 회장과 장남인 정가현 이사가 직접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금마리타임은 이번 거래로 전 세계 VLCC 선단(880척 추정)의 11%를 확보하게 됐다. 이번 VLCC 확보에 장금상선은 약 30억달러(약 4조5000억원)를 투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근처 원유 저장 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장금상선은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14일(현지 시각) 싱가포르 일간지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이란 전쟁이 나기 몇 주 전 정가현 이사는 최소 6척의 빈 초대형 유조선을 페르시아만으로 이동시켜 대기를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장금상선은 페르시아만에 대기 중인 유조선을 원유 저장용으로 빌려주며 하루 50만달러(약 7억5000만원)를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지난해 임대료의 10배 수준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기름을 실은 배들이 나가지도, 들어오지도 못한 채 바다에 떠 있어야 한다. 육상 저장 탱크가 이미 꽉 찼기에 정유사들은 위약금을 물더라도 유조선을 빌려 '바다 위 창고'로 쓸 수밖에 없다.

단기 용선 운임에 따른 수혜도 예상된다. 단기 용선은 화물 수요가 발생할 때마다 시황에 맞춰 단기, 일회성으로 선박을 빌려주는 방식이다. 글로벌 유조선 관리 회사인 탱커스 인터내셔널(Tankers International) 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브라질에서 체결된 한 계약은 하루 운임이 18만1000달러(약 2억7000만원)로 책정됐다. 이는 올해 초 VLCC의 평균 일일 수익의 약 3배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