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에어로)가 K9 자주포(K9A1)의 성능을 개선한 K9A2 자주포를 앞세워 미국 수출을 추진한다. 현재 방위산업 분야에서는 삼성전자가 미군에 전술형 스마트폰을 판매하고 있지만, 무기체계를 수출하는 국내 기업은 없다.

13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는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미 육군으로부터 자주포 사업과 관련된 정보제공요청서(RFI)를 받고 수 차례에 걸쳐 자료를 제출했다. RFI는 무기체계의 기본적인 정보 제공을 공식 요청하는 문서를 말한다. 통상 무기체계 도입의 첫 절차이자 제안요청서(RFP) 전 단계에 이뤄진다.

업계에서는 미 육군이 올해 7월 시제품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라고 밝힌 만큼 자주포 도입 사업이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K9 차륜형 자주포 모형. /한화에어로 제공

한화에어로가 입찰을 위해 앞세운 무기체계는 K9A2 자주포다. 유인 자주포가 다수의 무인 자주포와 편대를 이루는 유무인 복합체계 K9A3로 가는 징검다리 모델이다. K9A2는 승무원도 기존 5명에서 3명으로 줄일 수 있고, 차량에 포를 얹은 차륜형으로도 만들 수 있다.

한화에어로는 자동 장전·발사가 가능한 포탑 자동화 기술을 적용하고 원격 사격 통제까지 가능하도록 K9A2 자주포를 개발 중이다. 이미 프로토타입(시제품) 제작은 완료됐으며, 올해 말까지 최종 완성품을 내놓는 게 목표다.

미국은 국내 업체들이 진출하기에 매우 어려운 시장으로 여겨져 왔다. 자국 무기체계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고, 외국 방산 기업에 대해 매우 까다로운 기준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 가운데 미국 방산 시장에 진출한 곳은 전술형 스마트폰을 납품하는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한화에어로가 수주에 성공할 경우 무기체계를 최초로 미국에 파는 국내 기업이 된다.

한화에어로는 K9A2가 기존 K9 플랫폼을 사용하는 만큼 궤도형과 차륜형 모두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궤도형은 험지 돌파와 방호력이 우수하고, 차륜형은 장비 이동과 긴 항속거리가 장점이다.

미군 측은 미국 본토가 아닌 전 세계 미군 기지에서 활용하기 위해 궤도형과 차륜형 모델을 모두 필요로 한다. 서유럽에 있는 기지에선 전선까지 빠른 이동이 가능한 자주포가, 산간이나 눈길이 많은 동유럽에선 험지 주행이 가능한 자주포가 필요하다.

해병대 연평부대 장병들이 해상 사격훈련에서 K9 자주포 사격을 하고 있다. /해병대사령부 제공

한화에어로가 목표로 하는 대미(對美) 판매 목록에는 K10 탄약 운반차 패키지도 포함된다. K10은 완전 자동화된 제어시스템을 통해 K9 자주포의 성능을 극대화하는 자동화 로봇형 탄약운반 전용 장갑차다. 통상 K9 1∼3문에 K10 1대 비율로 운용한다.

안정적인 생산·납품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점도 부각할 계획이다. 한화에어로는 지난 수 년 간 계약 물량까지 포함해 약 2600문의 자주포를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했다. 이중 1100여문 정도가 이미 국내외에서 전략화된 상태다. 반면 이번 사업의 경쟁사인 독일 라인메탈이나 영국 BAE 시스템즈, 유럽의 KNDS 등의 전력화된 자주포는 400여문 정도로 추산된다.

미군의 요구사항에는 탄약을 미국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점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에어로는 지난해 미국 아칸소주 파인블러프에 10억달러(약 1조44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생산 거점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 곳에서는 포탄과 모듈형 장약 등을 생산할 계획인데, 일각에서는 K9 자주포 생산 라인이 구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