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태양전지로 꼽히는 '탠덤 셀'의 국제 표준을 만들기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탠덤 셀은 기존 실리콘 셀보다 발전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인 태양전지인데, 아직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할 국제 표준이 제정되지 않은 상태다.
12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20일(현지 시각)부터 24일까지 미국 워싱턴 D.C에서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의 '태양광 에너지 시스템 기술위원회(IEC TC 82)' 정례 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이 행사에는 전 세계 태양광 발전 기업과 연구소, 정부 기관 관계자 등이 참석한다.
이번 회의에선 탠덤 셀의 국제 표준을 어떻게 제정할 것인지를 두고 각국 참석자들이 치열한 논쟁을 벌일 것으로 관측된다.
탠덤 셀은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 위에 차세대 소재인 페로브스카이트를 얹은 고효율 전지다. 두 층이 다른 영역의 태양광을 흡수해 발전 효율을 극대화한 게 특징이다. 단일 실리콘 셀 대비 발전 효율을 약 50% 개선한 탠덤 셀은 2027년쯤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탠덤 셀의 최대 약점은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태양광 발전소는 보통 20년 이상 야외에서 가동된다. 기존 실리콘 패널은 25년을 보장하지만, 페로브스카이트는 열과 습기에 취약해 보장 기간이 훨씬 짧다. 이에 IEC TC 82에서는 탠덤 셀이 실제 야외 환경에서 20년 이상 버틸 수 있는지 수명을 측정하는 방법을 고안하고 있다.
IEC TC 82에서 표준을 만든다는 것은 제품의 내구성, 효율 측정법, 안전성에 대한 엄격한 시험법을 정의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IEC 표준은 전 세계가 합의한 글로벌 가이드라인이기 때문에 표준이 제정되면 전 세계 기업들이 여기에 맞춰 제품을 생산하게 된다. 즉 IEC 인증을 받으면 전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통행증을 얻는 것과 같다.
그동안 태양광 업계에서는 탠덤 셀 발전 효율이 얼마나 높은지에 초점을 맞춰 경쟁해왔다. 발전 효율에서 가장 앞선 곳은 중국이다. 중국 태양광 업체인 론지(LONGi)는 지난해 4월 탠덤 셀의 발전 효율이 34.8%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셀 면적을 밝히지 않았는데, 업계에선 연구소 수준의 작은 셀(1㎝²) 수준에서 실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발전 효율이 높은 게 표준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장 앞선 기술이 표준이 돼야 한다는 논리다. 중국 기업들은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이미 탠덤 전용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대량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정 규격들을 IEC 표준에 반영시키기 위해 많은 기술 위원도 파견하고 있다.
반면 한국, 일본, 영국 기업들은 탠덤 셀의 발전 효율보다 셀 면적을 얼마나 넓게 만드는 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상용화 단계에선 넓은 면적에서 발전 효율이 높게 나오는 지, 오래 신뢰하며 쓸 수 있는 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는 이미 탠덤 셀의 발전 효율은 30%에 가까워져 경제성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평가한다.
한화큐셀은 실리콘 셀 하나 크기인 M10(330㎠)급 탠덤 셀에서 발전 효율이 28.6%를 기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영국 옥스포드 PV는 실리콘 셀 절반 사이즈인 170㎠급 탠덤 셀에서 26.9%의 효율을 구현했다. 실제 판매 가능한 상용 면적에서 성능 검증 표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중국을 제외한 여러 나라 기업들의 입장이다.
이준신 성균관대 교수는 "현재는 탠덤 셀의 발전 효율을 높이는 개발은 마무리됐고, 어떤 기업이 먼저 상용화하는 지가 중요해졌다"며 "국제 표준 작업을 유리하게 끌고가는 게 제일 중요한데, 중국의 공세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종성 경상대 교수는 "탠덤 셀의 상용화를 위해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며 "정부에서 국책 과제를 수행하고 있지만, 중국에 비하면 인력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