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이 지역에 배치된 '천궁Ⅱ'와 '천무' 등 K방산 대표 무기들이 줄줄이 실전에 투입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번 전쟁으로 가격 경쟁력과 빠른 납기, 실전 능력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춘 K방산의 경쟁력이 부각되면 후속 무기 체계의 수출과 중동 시장 점유율 확대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중동 지역에서 한국산 지대공 미사일 '천궁Ⅱ'를 도입한 국가는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등 총 3곳이다. UAE가 2022년 10개 포대를 사들였고, 사우디와 이라크는 2024년에 각각 10개 포대, 8개 포대를 계약했다. 가장 먼저 완제품을 받은 UAE는 최근 이란 공격에 맞서 천궁Ⅱ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공식적으로 발표된 수치는 아니지만, 요격률 90%를 기록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판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천궁Ⅱ는 국산 미사일 방공 시스템이다. 적의 항공기나 미사일 같은 공중 목표물을 탐지, 미사일을 발사해 격추시키는 중거리·중고도 지대공 무기다.
천궁Ⅱ는 LIG넥스원(079550)이 통합 체계와 미사일을 제조하고, 레이더는 한화시스템(272210)이, 발사대와 차량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가 각각 생산한다. 사우디와 이라크엔 각각 이르면 올해와 내년부터 인도가 시작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중동 국가들이 천궁Ⅱ와 미사일 등 발사체의 조속한 납품을 요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장남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쟁 양상에 따라 이미 계약된 천궁Ⅱ의 인도 가속화와 부속 물품의 추가 발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실제 이란이 UAE와 사우디 등 주변국을 난타하면서 UAE는 '적극적 방어' 태세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는 등 확전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중동에서 사용될 가능성이 큰 또 다른 한국산 무기로는 한화에어의 다연장로켓 '천무'가 있다. 천무는 최대 사거리 80㎞로, 한 번에 239㎜ 유도탄 12기를 쏠 수 있다. 하나의 발사대에서 서로 다른 구경의 미사일을 쏠 수 있고, 재장전이 빠른 데다 트럭 차체에 실려 있어 신속한 이동도 가능하다. 한화에어로는 중동 내 구체적 수출 국가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UAE가 지난 2021년 천무를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업계에서는 이번 전쟁을 통해 K방산 경쟁력이 한층 부각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산 무기들은 미국과 유럽 등 주요 방산 강국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있고, 납기도 빠른 편이다. 여기에 UAE의 천궁Ⅱ 운용 등으로 실전 능력까지 검증될 경우 잠재 수입국들의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한결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란 사태가 진정된 이후에도 중동 지역 긴장감은 단기간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중동 국가들이 국방력 강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내 방산 업체의 중동 사업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한국 방산업계는 이번 기회를 이용해 중동 세일즈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LIG넥스원은 천궁Ⅱ를 도입한 UAE와 사우디, 이라크를 중심으로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L-SAM) 수주를 위한 협상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궁Ⅱ에 L-SAM까지 더하면 K방공망으로 체계가 통합돼 운용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집중 부각하는 것이다.
여기에 한화에어로는 K9 자주포, 보병전투장갑차 레드백 등을 묶어 사우디와 패키지 계약을 협상 중인데, 예상보다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047810)(KAI)도 차세대 전투기 KF-21을 UAE와 사우디에 납품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현대로템(064350)은 K2 전차를 이라크에 수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