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이란이 중동 국가들에 군사 보복으로 대응에 나서며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조선업계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쟁이 길어질 경우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상황이다.

3일(현지 시각) 영국 가디언과 로이터에 따르면 세계 최대 LNG 수출국인 카타르의 국영 에너지 기업 카타르에너지는 이란의 드론 공격을 받아 라스라판의 LNG 시설 가동을 중단했다. 이란의 공격은 석유화학 시설이 있는 카타르 남부 메사이이드 지역에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카타르의 국영 에너지기업 카타르에너지의 라스라판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시설.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최근 시설 가동을 중단했다. /AFP=연합

전 세계 석유의 20%, 카타르산 LNG의 대부분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도 사실상 마비됐다. 이란 반관영 ISNA 통신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우리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는 모든 선박을 불태울 것"이라며 "이 지역에서 단 한 방울의 석유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했고,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는 지난 1일 기준으로 3건의 선박 피격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에너지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천연가스 가격(유럽 기준)은 약 46% 폭등했고, 유가도 2일 장중 한때 약 13% 급등하며 지난해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난방 등으로 LNG 수요가 급증하는 가을 이후까지 사태가 지속되면 LNG의 공급망 자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러우)전쟁 발발로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이 중단된 상황에서 전 세계 LNG의 20%를 책임지는 카타르마저 공급이 어려워지면 대체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3일 호르무즈 해협과 그 인근 바다에 있는 선박들의 위치. /마린트래픽 캡처

에너지 업계에서는 미국과 호주 등에서 지금보다 생산을 늘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미국에서 생산을 증대할 경우 톤마일(Ton-mile·해상 운송 수수료 지표로 쓰이는 화물 중량과 이동 거리를 곱한 값)이 늘어나며 LNG 운반선 발주가 늘어 한국 조선사의 수혜 가능성도 생긴다.

LNG의 주 수요국인 동아시아 국가들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공급받을 때보다 운항 거리가 늘어나는 만큼 선박 수요가 늘어나는 구조다. 러우 전쟁 발발 이후에도 한국 조선사의 LNG선 수주는 늘었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계속돼 카타르산 LNG 유통이 안될 경우 미국에서 얼마나 증산을 할 수 있는지에 따라 한국 조선사의 수주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 사태가 가을까지 지속되느냐가 중요한 지점"이라고 했다.

중동 리스크로 급증할 해상 운임도 국내 조선사의 선박 수주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석유제품 유통에 문제가 생길 경우 해상 운임이 증가한 상황에서 선주들이 석유화학제품 운반선(PC선) 발주를 늘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원유 운반선의 추가 발주를 두고는 시각이 나뉜다. 발주를 늘릴 거라는 전망은 해운사가 돈을 벌면 추가 발주를 한다는 전제를 기본으로 한다. 과거 컨테이너사들이 향후 불황이 와서 운임이 떨어질거라는 걸 알면서도 감당 가능한 선복량에 맞춰 발주를 늘렸듯 원유 운반선도 해상 운임 증가에 맞춰 발주가 늘어날 거란 거다.

반면 탄소 중립 기조가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석유 수요가 중장기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 만큼 원유 운반선의 추가 발주가 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