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군의 자폭 무인기를 요격 드론으로 격추하는 '대(對)드론 하드킬(물리적 격추) 근접방호체계' 개발 사업이 닻을 올렸다. 군 당국은 이 사업을 2년 내 개발을 끝내는 '신속시범사업'으로 지정했고, 현재 개발을 맡을 업체를 검토하고 있다.
27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국방신속획득기술연구원 주관으로 진행되고 있는 180억원 규모의 대드론 하드킬 근접방호체계 개발 사업 입찰에 LIG넥스원과 휴인스, 비츠로넥스텍 등 3개 업체가 참여했다. 지난 9일 각 업체의 제안서를 받은 군 당국은 다음달 중순까지 평가를 마친 뒤 최종 개발 업체를 선정한다.
군 당국은 선정된 업체와 함께 시제품을 개발해 오는 2028년부터 성능 입증 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대드론 하드킬 근접방호체계는 드론을 띄워 적의 드론을 요격하는 시스템이다. 현재 군이 확보한 방공망과 대드론 방어체계로는 막기 힘든 소형 드론이나 자폭 무인기를 식별·요격해 방공망을 보다 촘촘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하드킬 방식인 만큼 전자전을 무력화하는 유선 드론에 대한 대비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군 당국은 이 시스템을 통해 후방이나 핵심 군사시설, 국가 전략 자산을 보호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른 여러 국가들도 드론을 활용한 방공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등 유럽 5개국은 지난 20일(현지 시각) 공동으로 '저비용 작동기 및 자율 플랫폼(LEAP)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 프로젝트는 드론 기반 타격 능력의 공동 개발·생산, 저비용 탑재장비 공동 조달 등이 핵심이다.
이들 국가는 12개월 내 양산 단계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사업이 시작되는 것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요격 드론 기술의 영향이 컸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널리 쓰였던 자폭·정찰 드론의 요격 수단으로 값비싼 유도무기보다 드론이 더 효과적이라는 게 입증된 바 있다.
방산업계에서는 한국이 대드론 하드킬 근접방호체계 개발 사업에 속도를 내고, 규모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북한이 최근 군사용 드론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어 기존 속도로는 대응이 늦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을 계기로 드론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샛별-4(정찰)·샛별-9(공격) 등 신형 드론을 지속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의 다층 방공망은 중·고도 미사일 방어에 무게가 실려 있어 드론 위협에 대한 저고도·근거리 방어는 취약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레이저로 드론을 요격하는 방어체계인 '천광'이 배치돼 있지만, 아직 1기에 불과하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레이더 시스템으로는 24시간 적의 드론을 감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드론을 방어하기 위해선 이동식·기동형 방어체계를 신속히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