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일(현지 시각) "SK하이닉스(000660)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가 1000억달러(약 145조원)를 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날 워싱턴DC 샐러먼드 호텔에서 열린 최종현학술재단 주최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TPD) 2026' 환영사에서 "인공지능(AI) 확산이 반도체 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SK하이닉스 실적 전망과 관련해 "작년 12월에는 올해 영업이익이 500억달러 이상으로 예상됐고, 1월에는 700억달러 이상이 될 수 있다고 봤으며, 지금 새로운 예상치는 1000억달러를 넘을 수도 있다고 한다"라고 했다.
이어 "이는 정말 좋은 소식처럼 들리지만, 동시에 1000억달러의 손실이 될 수도 있다"면서 "변동성이 매우 크고, 신기술은 해결책이 될 수도 있지만 모든 것을 없앨 수도 있다"라고 했다.
최 회장은 "우리는 피할 수 없는 변화의 여명에 서 있으며, 이 전환기에 AI는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 98조원, 영업이익 47조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영업이익 기준으로 삼성전자(005930)의 43조6000억원을 처음으로 넘어선 수치로, HBM 수요 급증이 실적을 견인했다.
최 회장은 AI 수요 폭증으로 메모리 시장 구조가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AI용 메모리는 공급 부족이 심각하고 올해 부족분(shortage)이 30%를 넘는다"면서 "AI 인프라가 메모리 칩을 전부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SK하이닉스의 핵심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괴물칩'(monsterchip)이라고 언급하며 "요즘 이 몬스터 칩이야말로 우리 회사에 진짜 큰 돈을 벌어다 주는 제품으로, 현재 마진(이익률)은 60%가 넘는다"라고 했다.
이어 "그런데 이 (반도체 칩) 부족 현상이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면서 "HBM의 마진은 60%인데, 일반 메모리 칩의 마진은 80% 수준으로, 경우에 따라 일반 칩을 파는 것이 더 이익이 되는 왜곡(distortion)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라고 했다.
최 회장은 "또 다른 문제는 비(非)AI 분야로, PC나 스마트폰 제조사들조차 예전만큼의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지 못하고 있고, 이 중 일부는 아마도 사업을 접게 될 것"이라면서 "이러한 부족 현상이 세계 산업 구조를 완전히 다르게 바꾸고 있다"라고 했다.
최 회장은 AI 시대의 핵심 과제로 에너지와 금융도 지목했다. 그는 "AI가 우리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 전기를 다 집어삼키고 있다"면서 "그래서 요즘 우리는 AI 데이터센터와 발전소를 함께 짓는 새로운 솔루션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또 다른 문제는 아마도 금융, 즉 AI 인프라의 비용일 것"이라면서 "여전히 데이터센터 하나를 짓는 데 거의 500억달러가 든다. 미국이 AI 데이터센터 용량으로 100기가와트(GW) 정도가 필요하다고 보는데, 그렇게 되면 에너지 비용을 제외하고, 데이터센터 인프라에만 5조달러가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는 "분명한 것은 누구도 AI 경쟁을 멈출 수 없다는 점으로, 자본과 자원을 가진 이들이 아마AI 솔루션을 손에 넣고 AI 경쟁의 선두 주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최 회장은 이날 행사 중간 한국 취재진과 만나 이번 방미 기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경영진을 만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메모리를 못 줘서 미안하다고 인사하러 간 것"이라면서 "지금은 고객사가 원하는 만큼 메모리를 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최 회장은 이번 방미 기간 젠슨 황을 비롯해 혹 탄 브로드컴 CEO, 사티아 나델라 MS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등을 연이어 만났다.
특히 지난 5일 젠슨 황과는 미국 캘리포니아 샌타클래라의 한국식 호프집인 99치킨에서 '치맥' 회동을 했다. 만남에는 최윤정 SK바이오팜 전략본부장과 황 CEO의 딸인 매디슨 황도 함께했다.
최 회장은 이날 미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부과한 관세가 위법하다고 판결한 데 대해서는 "판결문을 보고 난 뒤, 말씀드릴 게 있는지 보겠다"라고 답했다.
미국 측이 향후 부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도체 관세와 관련해서는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봐야 할 것 같고, 제가 미리 언급할 입장이 아니다"라면서 "한국은 원팀이 돼 이런 문제들을 잘 소화할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라고 했다.
최종현학술원이 주최하는 TPD는 한·미·일 전·현직 고위 관료와 세계적 석학, 싱크탱크, 재계 인사들이 모여 동북아와 태평양 지역의 국제 현안을 논의하고 경제·안보 협력 해법을 모색하는 집단 지성 플랫폼이다. 2021년 시작돼 올해 5회째를 맞았다.
김유석 최종현학술원 대표는 "TPD 5주년을 맞아 급변하는 글로벌 질서 속에서 한·미·일 협력의 전략적 의미를 다시 짚어볼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도 AI, 에너지 등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분야에서 실질적 해법을 모색하는 논의의 장을 지속해서 마련하겠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