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화학 산업계를 대변하는 이익 단체인 한국화학산업협회(협회)가 차기 회장 선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요 석유화학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회장직을 맡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석화 업황이 부진해 내부 경영 관리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인데, 정부를 상대로 업계를 대표하는 일까지 맡는 게 부담스럽다는 것이 이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한국화학산업협회에 따르면 협회는 이달 말 이사회 및 정기총회를 열고, 새 협회장을 추대할 예정이다. 이사회에 참석한 회장단이 의견을 모아 새 협회장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한 회장단 관계자는 "이달 말에 총회를 여는데, 다들 고사해 아직 차기 협회장을 누가 맡을지 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재 협회장은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다. 신 부회장은 2023년 1월 협회장 취임 후 연임하면서 올해까지 임기가 남은 상황이다.
신 부회장은 오는 3월 LG화학 대표이사직에서 퇴임하면서 협회장직에서도 물러난다. 협회 정관상 회원사의 CEO가 협회장직을 맡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주요 화학기업들은 협회장직을 LG화학→SK지오센트릭→한화솔루션→롯데케미칼→금호석유화학 순서로 2년씩 돌아가며 맡기로 한 바 있다. 지난 2024년 말에는 SK지오센트릭 최고경영자가 협회장을 맡아야 하는 순번이었다. 그러나 당시 SK지오센트릭에서는 최안섭 전 사장이 신규 선임됐다는 이유로 고사해 신 부회장이 연임했다.
협회에서는 먼저 신 부회장의 뒤를 이어 협회장을 맡을 후임으로는 김종화 SK지오센트릭 사장이 거론된다. 그러나 김 사장도 올해 신규 선임돼 협회장직 수행이 어렵다며 조심스레 고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사장이 협회장직을 맡지 않으면, 다른 회원사 CEO 중에 후보군을 찾아야 한다.
협회장은 회원사 간 의견을 조율해 정부·국회 상대로 교섭 창구 역할을 해야 하는 만큼 실무 부담이 크다고 한다. 특히 정부 주도로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 최근 들어 업무가 더 늘었다.
석유화학 기업들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해 내부 경영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인 점도 CEO들이 협회장을 기피하는 이유로 꼽힌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9436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LG화학 석유화학 부문,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의 영업 손실도 각각 3560억원, 2491억원에 달했다. SK이노베이션 화학산업 부문은 2365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회장단 한 관계자는 "업황이 나쁘다 보니 새로 선임되는 CEO가 많은데 이들이 협회장을 맡겠다고 나서기가 쉽지 않다"라면서 "단순한 명예직이 아니다 보니 막중한 책임감이 요구되는데다, 정부와 소통해야 하는 대외 활동도 많아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협상하려면 규모가 큰 기업에서 협회장직을 맡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