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중국이 과거 전기차 산업을 잠식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선점에 나섰다. 정부가 나서 육성해 휴머노이드 로봇 생태계 확산을 가속하고 산업 공급망을 강화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이다.
15일 월스트리트저널(WSJ)·로이터 등에 따르면 중국은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을 장악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투자를 늘리고 있다. 대표적인 방식은 인센티브 지급이다. 각 지방 정부가 나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구매하면 10%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도입 기업에는 토지를 제공하고 임대료 할인 혜택도 준다. 우한시의 경우 휴머노이드 로봇 및 부품업체에 판매 목표 달성 시 500만위안(약 10억5000만원)의 보조금과 무료 사무실을 제공한다.
작년 한 해 중국 정부가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에 지원한 보조금은 200억달러(29조1360억원)를 넘어선다. 인공지능(AI) 및 로봇공학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조성한 펀드 규모도 1조위안(약 210조원) 규모다.
이런 지원에 힘입어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중국모바일로봇협회(CMRA)에 따르면 지난해 4월 110개였던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업체는 7개월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어 11월 200개를 넘어섰다.
기업의 구성을 보면 대기업이 로봇 사업에 진출한 경우가 14%, 로봇 전문 기업이 25%, 부품 업체가 9%, 스타트업이 전체의 52%로 로봇 생태계가 다양하게 형성되어 있다.
이 기업들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출시한 신제품은 137개다. 2~3일에 한 개꼴로 새 로봇을 시장에 내놓았다. 센서와 배터리 등 핵심 부품 생산 제조업체가 근거리에 많아 부품 조달이 쉬워 가능한 일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추가 부품이 필요할 때나 생산 변동 일정에 대응하기 용이해 혁신에도 힘이 붙는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보고서에서 현재 평균적인 휴머노이드 로봇 부품 조달 비용이 약 3만5000달러(약 5100만원)에 달하지만, 중국에서 조달할 경우 비용이 2030년까지 1만7000달러(약 2480만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올해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10만대가 넘을 것이며, 중국의 도입 속도가 미국보다 빠를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은 중국의 로봇 분야 성장세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향후 미국 로봇 회사들의 중국 로봇 부품 공급망 의존도가 심화할 가능성에 대한 걱정이 가장 크다.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조차 로봇 손 부품을 중국 업체에서 조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은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차원이 다른 강자"라며 "이 분야에서 중국과 경쟁할 만한 강자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 백악관도 로봇 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을 백악관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성장과 이를 견제하는 미국의 충돌이 한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미국이 중국산 로봇 부품과 제품을 구입하는 대신 한국 제품을 쓸 가능성이 크다는 논리다.
한재권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는 "자동차, 가정용 PC, 스마트폰 등 산업혁명이 일어난 것은 가격이 합리화되면서부터였는데, 그런 관점에서 중국의 로봇 대량 생산은 의미가 크다"면서 "AI 분야에서 앞서 있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한다면 보스턴다이내믹스·테슬라가 삼성SDI·LG에너지솔루션 부품과 배터리를 사용하는 식으로 한국에 기회가 올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