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철강 내수 물량이 2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수입 물량이 줄고 수출도 선방하면서 국내 생산량은 비교적 적은 감소 폭을 보였다. 철강업계에서는 건설 등 수요 산업 부진이 심화한 것을 국내 소비량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12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철강 명목 소비량은 전년 대비 7.6% 감소한 4422만2564톤(t)으로 집계됐다. 국내 철강 명목 소비량은 국내에서 생산된 철강재 물량에서 수출 물량을 제하고 수입 물량을 더한 값으로, 국내에서 소비된 물량을 뜻한다. 해당 수치가 4500만t을 밑돈 것은 2002년 이후 처음이다.
국내 철강 명목소비량은 2007년 5520만t을 기록하며 5000만t을 돌파한 이후 금융 위기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영향을 받은 2009년과 2020년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5000만t 이상을 기록했다. 그러다 2024년 5000만t 아래(4787만t)로 주저앉았고, 2025년에는 4500만t도 무너진 것이다.
철강 명목 소비량이 줄어든 데에는 건설 경기가 회복하지 못한 영향이 컸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 기성액은 143조6949억원으로 전년 대비 15.5%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철강 수입량이 큰 폭으로 줄고 수출량은 견조한 모습을 보이면서 국내 생산량은 상대적으로 적은 감소폭을 보였다.
지난해 철강 수입량은 86만t으로 전년 대비 10.6% 감소했고 수출량은 2825만t으로 전년 대비 0.4% 감소하는 데 그쳤다. 결과적으로 생산량은 7247만t을 기록해 4.9% 줄어드는 데 그쳤다.
수입이 줄어든 것은 정부가 지난해 수입산 저가 철강재에 부과한 잠정덤핑방지관세 영향이라고 철강업계는 보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지난해 9월부터 중국과 일본에서 들어오는 탄소강·합금강 열간압연 제품에 대해 최대 33.57%의 관세를 부과했다. 당초 지난달 22일까지였던 해당 관세 부과 기간은 오는 6월 22일까지 연장된 상태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관세 인상 및 무관세 쿼터 축소 등 무역 장벽을 강화하며 크게 줄어들 것으로 우려했던 수출이 선방한 것은 신규 시장 발굴 덕분이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과 유럽으로 향하는 수출량은 전년 대비 8%씩 줄었으나, 베트남(21.8% 증가), 브라질(230.2% 증가) 등으로의 수출량이 증가했다.
철강업계에서는 올해 시황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현대제철은 컨퍼런스콜을 통해 "국내 시장에서 열연 제품에 대한 관세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될 예정인데다 도금·컬러 강판에 대해서도 덤핑 여부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저가 철강재 수입 감소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봉형강도 지난해 기저 효과에 따라 판매량이 회복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건설 경기 회복이 불확실한 만큼 철강 산업 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근본적으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산업 구조를 고도화해야 한다"면서 "올해 전망도 밝다고는 보기 어렵고 철강사들의 수익성도 낮은 상황이라, K스틸법 등을 통해 정부가 속도감 있게 산업 구조 재편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