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329180)이 조선업 수퍼 사이클을 타고 13년 만에 연간 영업이익 2조원 시대를 다시 열었다. 지난해 4분기에는 합병 비용 등 일회성 요인이 반영되며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쳤으나 연간으로는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 효과가 본격화하면서 이익 성장 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이 전년 대비 21.4% 증가한 17조5806억원, 영업이익은 188.9% 급증한 2조375억원을 기록했다고 9일 공시했다. 지난해 12월 1일 자로 마무리된 HD현대미포와의 합병으로 1개월 치 실적이 연결 반영된 점도 외형과 수익성 확대에 기여했다. HD현대중공업의 연간 영업이익이 2조원을 넘어선 것은 조선업 최대 호황기였던 2012년 이후 13년 만이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5조1931억원, 영업이익은 575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9.6% 증가, 영업이익은 103.8% 늘어난 규모다. 4분기 영업이익은 증권가 전망치(컨센서스) 7364억원을 약 22% 하회했다. 이는 지난해 말 HD현대미포와의 합병 과정에서 발생한 위로금과 성과급 등 수천억원 규모의 일회성 비용이 4분기에 집중 반영된 영향이다.
핵심 사업인 상선(선박 건조) 부문이 견조한 수익성을 유지하며 실적을 이끌었다. 4분기 기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매출 비율은 48.4%로 전 분기 대비 소폭 줄었으나, 또 다른 고수익 선종인 LPG·암모니아 운반선(VLAC) 비율이 32.2%로 늘어나며 그 자리를 채웠다. 전체 상선 매출의 80% 이상이 고부가가치 가스선으로 채워진 것이다. 여기에 우호적인 환율(강달러) 효과로 약 300억원의 이익이 더해지며 수익성을 뒷받침했다.
올해 전망은 더 밝다. 일회성 비용이 일부 해소된 데다 선가 상승분이 매출에 반영돼 실적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HD현대중공업의 올해 매출 23조원대, 영업이익 3조원대 중반을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대비 매출은 30% 이상, 영업이익은 60% 이상 성장할 것이란 예측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조선업 협력 요청에 따른 수혜도 기대된다. HD현대중공업은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자격을 획득한 데 이어 미 헌팅턴 잉걸스 등 현지 방산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미 해군 준비태세보장법 승인 시 미 해군 함정 수주 가능성이 열려 있다"며 "단순한 업황 회복을 넘어 방산 등 신규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