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와 테슬라가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전기차 시장 침체로 악화된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미국 ESS 시장을 공략 중인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에게 미국 완성차 업체들이 새로운 경쟁자로 등장한 것이다.

6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포드는 기존 전기차 배터리 생산 라인을 데이터센터와 공공시설용 대용량 ESS 배터리 생산 라인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테슬라의 ESS 시스템 '메가팩'. / 테슬라 홈페이지 갈무리

앞서 지난해 12월 포드는 SK온과 함께 세운 미국 배터리 합작 법인 블루오벌SK를 해체하기로 결정했다. 두 회사는 지난 2022년 각각 57억달러(약 8조4000억원)를 투자해 테네시주와 켄터키주에서 포드 전기차에 들어갈 배터리를 생산하는 공장 3곳을 만들기로 했다.

그러나 두 회사가 합작 법인을 청산하기로 하면서 SK온은 내년 가동을 앞둔 테네시 공장을, 포드는 켄터키 공장을 각각 운영하기로 했다. 포드의 켄터키 1공장은 지난 8월 가동을 시작했고, 2공장은 투자가 중단됐다. 포드는 중국 배터리 제조사인 CATL의 기술을 이용해 켄터키 공장에서 ESS용 배터리를 만들 계획이다.

테슬라도 ESS용 배터리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 휴스턴에 건설 중인 공장에서 올해 말부터 ESS 배터리를 생산한다.

테슬라의 지난해 ESS 설치 용량은 46.7기가와트시(GWh)로 전년 대비 49% 증가했다. 테슬라는 지난달 가진 전년도 실적 발표 컬퍼런스콜에서 가정·기업용 배터리와 태양광 패널용 배터리를 포함한 ESS 사업이 향후 가장 수익성이 높고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가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ESS 배터리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은 최근 인공지능(AI) 산업의 팽창으로 데이터센터 등을 중심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장 침체로 실적 부진에 허덕였던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도 일찌감치 미국 ESS 시장 공략에 나선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90GWh 규모의 ESS 배터리를 수주했다. SK온은 올해 20GWh 이상의 ESS를 수주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삼성SDI도 지난달 30일 미국에서 ESS용 배터리를 수주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포드와 테슬라가 단기간에 국내 제조사들과 경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포드와 테슬라는 중국 배터리 업체인 CATL과 협업하거나 장비 등을 조달한 적이 있는데, 미국은 중국 제품의 진출을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어 기술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포드의 경우 켄터키 공장에서 CATL의 기술을 활용해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었다. 이와 관련해 미국 하원은 포드에 CATL과의 협업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라는 서한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포드는 CATL이 배터리 공장 투자나 운영에 참여하지 않고 기술만 제공하는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지만, 미국 정치권은 CATL이 미국 정부의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우회로를 찾은 것은 아닐지 우려하고 있다. 테슬라도 CATL로부터 배터리 생산 관련 장비를 구매한 바 있어 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포드, 테슬라 등 미국 완성차 업체들이 제대로 ESS 시장에 진출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경쟁 업체들이 늘어날 경우 국내 제조사들이 가져갈 몫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며 "제품 경쟁력을 높여 기술 격차를 벌려야 ESS 시장에서 오랜 기간 살아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