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석유화학제품 과잉 공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석유화학업체 6개사의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가 전년 대비 1조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화학업체들은 생산 설비 통합, 고부가가치 사업 추진 등을 통한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실제 효과를 얻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5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화학산업 부문과 에쓰오일, LG화학 석유화학 부문,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 금호석유화학 등 6개사의 지난해 합산 영업손실은 1조650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4년 합산 영업손실 규모는 6144억원이었다.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전경/롯데케미칼 제공

기업별로 보면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영업손실이 9436억원에 달했고 LG화학 석유화학 부문,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도 각각 3560억원, 2491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 폭이 커졌다.

SK이노베이션의 화학 사업 부문은 지난해 영업손실 2365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다. 에쓰오일 석유화학 부문도 1368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나프타분해설비(NCC)를 운영하지 않는 금호석유화학은 상대적으로 선방한 실적을 기록했다. 합성 고무 사업을 하는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2718억원으로 전년 대비 0.4% 감소했다고 밝혔다.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고전하고 있는 것은 중국발(發) 공급 과잉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 10년 간 석유화학 설비를 빠르게 늘리며 자급률을 80%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 국가들의 제재로 수출처를 찾지 못한 러시아산(産) 원유를 저렴한 가격에 수입해 석유화학제품을 대량으로 공급하면서 국내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잃었다.

정부는 지난해 말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조정을 실시했는데, 실제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같은 석유화학단지 내 통합 법인 설립, 설비 효율화, 운영 체계 정비 등 복잡한 과정이 남았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업계는 범용 제품의 생산을 줄이고, 고부가가치 제품의 비중을 늘려 중국의 공세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스페셜티 확대의 일환으로 전남 율촌산업단지 컴파운딩 공장 생산 라인을 현재 11개에서 연말까지 23개로 늘릴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액화천연가스(LNG) 밸류체인에서 수익성을 극대화해 수익성을 개선하겠다고 했다.

LG화학은 석유화학, 첨단 소재, 생명과학 등 각 사업 부문별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해 고부가가치 산업 구조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한화솔루션은 친환경 에너지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한다는 구상이다.

에쓰오일은 울산에 짓고 있는 대규모 석유화학 복합시설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실적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주도 석화산업 구조 개편의 일환으로 울산 산업단지도 에틸렌 생산능력 감축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를 에틸렌 설비 감축 논의 대상에 포함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