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의 발전 자회사 3곳이 매년 수십억 원의 배당금이 나왔던 호주의 석탄 광산 지분을 전량 매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전력의 막대한 부채를 줄이는 데 기여하고, 정부의 탈석탄 기조에 맞추기 위한 결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4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남부발전, 한국남동발전은 각각 1.25%씩 소유하고 있던 호주 물라벤 석탄 광산의 지분을 지난해 말 이 광산의 운영사인 얀콜에 전량 매각했다. 지분 1.25%의 가치는 281억원으로 책정됐다.
같은 지분을 가졌던 한국중부발전은 세부 조건이 맞지 않아 아직 매각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부발전은 얀콜과 추가 협상을 진행한 후 빠른 시일 안에 지분을 팔 계획이다.
발전 자회사들은 지난 2008년 물라벤 석탄 광산에 처음으로 투자했다. 당시 한전과 자회사, 한국광해광업공단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지분 10%를 매입했다. 한전과 자회사 4곳은 각각 1%씩 지분을 나눠 가졌다.
한전은 지난 2016년 정부의 에너지 공기업 구조조정 방안에 따라 물라벤 광산의 지분을 발전 자회사 4곳에 0.25%씩 매각했다. 한전은 전력망 운영에만 집중하고, 연료 관련 투자는 자회사가 관리해야 한다는 명분이었다.
물라벤 광산은 발전 자회사에게 쏠쏠한 이익을 안겨준 '효자' 자산이다. 이 광산은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 세 번째로 크며, 연간 석탄 생산량이 약 2100만~2400만톤(t)에 달한다. 회분(석탄이 다 탄 뒤 남는 물질)이 적고 발열량이 높은 고품질 유연탄이 나오는 데다, 매장량이 풍부해 2040년까지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하다.
발전 자회사들은 물라벤 광산 지분을 통해 매년 수십억 원의 배당금을 받아 왔다. 지난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석탄 가격이 폭등했던 시기에는 배당 규모가 수백억 원에 달했다. 배당금만으로도 투자 원금은 모두 회수했다.
모회사인 한전은 2024년 말 기준 205조원에 이르는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구책을 찾고 있다. 발전 자회사들도 자체 재정건전화 계획에 따라 몰라벤 광산 지분 매각을 시도하고 있다.
발전 자회사의 이익이 늘어나면, 한전이 수취할 수 있는 배당금도 늘어난다. 지난 2023년 한전은 자회사 6곳에 3조2000억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요구했고, 당시 자회사는 이사회를 열어 배당 근거를 마련했다.
정부의 탈석탄 기조도 석탄광산 지분 매각을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쳤다고 알려졌다. 정부는 2038년까지 발전 공기업이 운영하는 석탄 화력 발전소 40기를 단계적으로 폐쇄할 계획이다. 재생 에너지 발전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해외 석탄광산 투자로 수익을 얻는 건 정부가 지향하는 목표와 배치된다.
다만 한전 자회사 내부에서는 이번 지분 매각에 대해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발전사 관계자는 "한전은 지난 2022년부터 부채 감축을 위해 발전 자회사들의 자산을 팔아 부채를 줄이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며 "매년 꾸준한 고수익이 보장되는 알짜 자산까지 파는 것은 장기적인 측면에서 오히려 득보다 실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전 측은 발전 자회사의 자산 매각과 한전의 부채 상환은 무관한다고 선을 그었다. 한전 관계자는 "발전자회사들은 자율과 책임 원칙에 따라 독립 경영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한전은 자회자 자산 매각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