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사들이 정확한 납기 준수와 빠른 선박 건조 능력을 앞세워 중국 업체들과의 수주 경쟁에서 앞서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인도한 전체 선박 136척 중 70.6%인 96척을 조기 인도했다. HD한국조선해양의 선박 조기 인도율은 2023년 40.4%에서 2024년 35.4%로 떨어졌지만, 지난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HD현대 관계자는 "작업 현장의 모든 생산 공정을 단계적으로 검증하고 공정 모델을 고도화했다"며 "생산성과 효율성을 끌어올린 덕에 최근 선박 건조 기간을 단축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정서희

국내 조선사의 신속한 선박 인도는 수주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 강력한 무기로 꼽힌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같은 선주가 같은 선박을 중국에 먼저 발주하고 1년 후 한국 조선사에도 발주한 적이 있었는데, 오히려 한국이 중국보다 1년 먼저 건조해 인도했다"고 말했다.

최근 해상 운임이 하락하는 가운데 국내 조선사들의 빠른 건조 능력은 장점으로써 더욱 부각되고 있다. 운임이 낮은 시기에 선주들은 선박을 최대한 빠르게 인도받고 많은 선박을 운용해 수익을 늘리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중국 상하이를 기점으로 하는 항로 운임 지수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23일 기준 1457.86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2045.45) 대비 28.7% 하락한 수치다. 올해 수에즈 운하 통행이 재개될 경우 운임은 더욱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동량은 계속 늘고 있기 때문에 선주들은 납기 준수와 빠른 인도를 요구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선박을 건조하는 모습. /HD현대중공업 제공

빠른 선박 인도는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말 덴마크 해상 풍력 업체 카델라에 해상풍력설치선(WTIV) 2호선을 기존 계약보다 한 달 빠르게 인도하며 450만달러(약 64억원)를 추가로 받았다.

조선사와 선주의 선박 건조 계약서에는 일반적으로 선박 건조 지연에 대한 배상금이 명시된다. 납기보다 늦을 경우 1일당 선박 대금의 1000분의 1에 해당하는 지체 상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식이다. 반면 선박을 조기에 인도할 경우 인센티브를 받는 경우가 많다.

국내 조선사들이 해외 업체들보다 빠른 시기에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것은 오랜 기간에 걸쳐 독(dock·선박 건조 시설) 운용 경험을 쌓은 덕분이다.

HD현대중공업의 경우 총 9개의 독에서 선박을 건조한다. 각 독에서 만들어지는 선박 블록의 공정 진행률을 계산해 선표(독 현황표)를 작성하고 시간과 비용의 낭비를 최소화하고 있다. 꽉 찬 독의 선박 블록 사이에 생기는 30~40m 정도의 공간을 활용해 추가 블록 작업을 진행하는 텐덤공법(동시 건조기법)도 사용한다.

한화오션 거제조선소의 선박 건조 모습. /뉴스1

권효재 서울대 해양시스템공학연구소 연구원은 "슬롯 사이에 새로운 선박 스케쥴을 끼워넣는 것은 급하게 도면을 그리고 자재 발주까지 해야 하는 동시다발적인 작업"이라며 "고도의 기술력과 숙련된 작업 경험을 갖춘 국내 조선소만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 조선소들은 오랜 기간 경험을 쌓은 숙련 인력들이 많아 수작업의 수준이 높고, 다양한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배를 만드는 능력도 탁월하다"며 "중국 업체들이 고도의 자동화 설비를 갖춰도 아직 따라오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