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대형 선사들이 수에즈 운하 복귀를 놓고 엇갈린 결정을 내리면서 수에즈 운하 정상화가 불투명해졌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겨냥한 군사 행동을 고려하면서 중동 지역 안보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해운업계는 당초 올해 상반기에는 수에즈 운하 통행이 재개되면서 운임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으나, 운임 하락을 늦출 수 있게 됐다. 아시아~유럽 노선 서비스를 운영하는 HMM(011200)에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선사 CMA CGM은 지난달 20일 국제 정세 불확실성을 이유로 수에즈 운하 통행 중단을 결정했다. CMA CGM은 지난달부터 초대형 컨테이너선 시험 운항 등을 거친 뒤, 올해부터 수에즈 운하를 거치는 아시아~유럽 항로 3개를 운영하기 시작했으나 한 달이 되지 않아 이를 중단한 것이다.
이는 경쟁사인 덴마크 선사 머스크(Mearsk)가 수에즈 운하 복귀를 발표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머스크는 지난달 15일부터 수에즈 운하를 거치는 중동~인도~미국 동부 해안(MECL) 노선 운항 서비스를 시작했다. 머스크가 수에즈 운하 운행을 재개한 것은 2023년 예맨 후티 반군으로 인한 홍해 사태가 발생한 지 2년 만이다.
해운업계에서는 미국과 이란 간의 군사적 긴장감이 커지면서 중동 지역 정세가 불안정해진 탓에 이들 선사가 엇갈린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휴전으로 홍해 지역의 긴장감이 완화돼 많은 선사들이 수에즈 운하 복귀를 검토했다. 그러나 이란 내 대규모 시위에 미군이 개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하면서 지역 안보가 다시 불투명해져 선사들의 수에즈 운하 복귀가 유보됐다는 것이다.
더욱이, 홍해 사태를 일으킨 후티 반군은 최근 미군의 이란 공습 가능성과 관련해 미국 항공 모함에 대한 미사일 및 드론 공격을 암시하는 동영상을 공개하며 선박 공격 재개를 암시한 상태다. 야흐야 사리 후티 반군 대변인도 최근 성명을 통해 "침략에 직면한 모든 아랍 및 이슬람 국가와 함께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당초 올해 상반기 수에즈 운하 통행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하던 해운업계에서는 안보 불확실성에 따른 호재를 누리게 됐다. 해운업계는 2023년 홍해사태 이후 유럽~아시아 노선에 아프리카 희망봉 우회 항로를 운항하면서 선복량 감소 효과를 보고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희망봉 우회는 전세계 선복량의 5~6%인 150만TEU(1TEU=20ft 컨테이너 1개) 흡수 효과를 내고 있다. 수에즈 운하 통행이 재개되면 해당 선복량이 한 순간에 증가하게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해상운임은 공급 과잉으로 하락세를 보이면서도 홍해사태 발발 전인 2023년에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상하이를 기점으로 하는 주요 항로 운임 지수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해 평균 1581.34로 전년 대비 37% 낮은 수준이나, 홍해 사태 발발 전인 2023년 SCFI 평균(1005.79)보다 57% 높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는 수에즈 운하 통행이 재개되면 SCFI가 1100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수에즈 운하 통행 재개가 아시아~유럽 노선 물동량 수요가 많아지는 중국의 국경절(10월) 무렵에나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HMM에는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HMM은 수에즈 운하 재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유럽 노선 매출 비중이 34%에 달해 해당 노선 운임이 하락할 경우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홍해사태 전인 2023년 HMM의 매출액은 8조4009억원, 영업이익은 584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10조7960억원, 영업이익은 1조378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올해 해상 운임은 과도한 공급량으로 인해 하락할 것으로 보이는데, 수에즈 운하가 정상화할 경우 운임 하락이 급격하게 이뤄질 수 있다"면서 "그렇기에 수에즈 운하 정상화가 미뤄지는 것은 HMM을 비롯한 원양 선사들에게는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