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인천공장의 철근 설비를 폐쇄하기로 결정하면서, 불황을 겪고 있는 철강업계의 구조조정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철근 시장은 국산화 비율이 높아 여러 기업이 업황이 개선될 때까지 버틸 가능성이 크고, 중·소형 철강사의 경우 철근 사업에 주로 의존하고 있어 업계 전체적인 구조조정 바람으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31일 철강업계에 따르현 현대제철은 최근 인천공장 내 연간 80만톤(t) 규모 전기로 제강 및 소형 압연 설비를 폐쇄하기로 했다. 지난 4일부터 가동을 중단한 이 설비는 인천공장 전체 철근 생산(연간 155만여t) 중 절반이 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이번 결정으로 현대제철 인천공장에서 철근사업부는 제강 공장과 철근 압연 공장(연간 생산능력 80만t)만 남게 됐다. 현대제철의 전체 철근 생산 능력도 기존 335만t에서 260만t으로 22% 축소됐다.

현대제철의 설비 폐쇄 결정은 철근 시장의 장기 침체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국내 철근 수요는 약 700만톤(t)으로 국내 철강업계의 전체 생산 능력(1230만t)을 크게 밑돌았다. 이 때문에 철강업계에서는 '철근은 팔수록 적자'라는 이야기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난해 철강 산업 고도화 방안으로 공급 과잉 품목에 대한 설비 규모 조정 계획을 밝혔고, 현대제철이 이에 동참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철근 설비의 축소 흐름이 다른 철강사로 확산될지는 미지수라는 의견이 많다.

국내 철근 생산량 2위인 동국제강의 연간 철근 생산 능력은 257만t이다. 이 가운데 인천공장이 220만t을 생산할 수 있다. 동국제강은 철근 수요 감소로 설비 조정을 고민하고 있지만, 설비 폐쇄를 강행하는데 부담이 커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제강, 한국철강, 와이케이스틸, 한국특강 등 중형 철강사들도 철근을 생산하고 있다. 이들은 전체 매출에서 철근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설비 규모를 조정하는데 어려움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연간 155만t의 철근 생산 능력을 갖춘 대한제강은 전체 매출 가운데 약 90%가 철근에서 발생한다. 연간 120만t의 철근을 생산할 수 있는 한국철강은 매출의 95%가 철근에서 나온다. 연간 철근 생산 능력 85만t인 와이케이스틸도 철근 매출의 비중이 83%에 달한다.

철강업계에서는 봉·형강이나 판재류도 만드는 대형 철강사와 달리 중·소형 철강사는 철근 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설비 조정보다는 가동률을 낮추고 버티는 전략으로 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산업이 장치 산업인만큼 많은 비용을 들여가며 운영·보수해 온 설비를 줄이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후 경기가 회복돼 철근 수요도 늘었던 적이 있다"며 "여러 업체들이 건설 경기 회복 가능성 등을 고려해 쉽사리 설비 축소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