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전경./삼성중공업 제공

삼성중공업이 12년 만에 성과급을 지급한다. 저가 수주 물량을 털어내고 고부가가치 선박을 수주해 실적이 대폭 개선된 데 따른 것이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올해 초과이익성과급(OPI·Overall Performance Incentive)을 상여 기초액(기본급+수당)의 208%로 책정했다. OPI는 연간 실적을 기준으로 이듬해 초 지급하는 삼성그룹의 핵심 성과급 제도다.

삼성전자가 개인 연봉의 최대 50%를 한도로 두는 것과 달리, 삼성중공업은 기본급과 고정 수당을 합친 상여 기초액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산정한다. 성과급은 오는 30일 지급될 예정이다.

성과급 지급 대상에는 삼성중공업 소속 직원뿐 아니라 사내 협력사 직원들도 포함된다. 사내 협력사 직원의 경우 근속 5년 이상이면 삼성중공업 직원들과 동일하게 상여 기초액의 208%를 받는다. 3년 이상은 80%, 2년 이상은 70% 수준으로 근속 연수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조선 현장의 숙련 인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지속해 온 제도"라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이 OPI를 지급하는 건 조선업 불황이 시작된 2014년 이후 12년 만이다. 2015년부터 영업적자와 순손실이 이어지며 성과급이 끊겼다. 2023년에는 8년 만에 영업이익을 냈지만 148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OPI 지급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삼성은 세후영업이익에서 법인세, 투자금 등 자본비용을 차감한 경제적 부가가치(EVA)를 기준으로 OPI를 산정한다. 지난해에도 삼성중공업은 순이익 흑자 전환에는 성공했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에 따른 건조 계약 해지 비용 등이 반영되며 성과급 지급이 무산됐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해양 프로젝트(FLNG)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를 늘리며 이익을 개선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8739억원, 당기순이익은 6666억원으로 추산된다. 전년(영업이익 5030억원·당기순이익 640억원)과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약 70%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10배 가까이로 늘어난 것으로 예상된다.

사내 분위기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한때는 그룹에서 언제 떼어내 팔지 모른다는 얘기까지 돌았는데, 12년 만에 성과급을 받게 될 줄은 몰랐다"며 격세지감을 느낀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주요 제조 계열사 현장을 잇달아 방문해 왔지만, 삼성중공업 사업장은 2015년 이후 공개적으로 한번도 찾지 않았다.

올해 성과급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도 크다. 삼성중공업이 불황 때 수주했던 저가 물량을 대부분 털어냈고, 약 41조원에 달하는 수주잔고를 바탕으로 3년 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이 '제값'을 받는 선별 수주를 통해 꾸준히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갖춰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건조 물량 증가와 선가 상승 효과가 맞물리며 이익의 질이 더 개선될 전망"이라며 "2028년까지 수주 물량이 쌓이면서 당분간 견조한 실적 개선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