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 확장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올해는 기존에 주력하던 미국 시장에 이어 유럽 지역에서의 수주 비중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친환경 및 신재생 에너지 투자가 많은데다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 업체들이 진입하는 중동 지역의 비중은 작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27일 전력기기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267260), 효성중공업(298040), LS일렉트릭(LS ELECTRIC(010120)) 등 주요 전력기기 업체는 올해 유럽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영기 HD현대일렉트릭 대표는 지난 14일 열린 기관투자자 간담회에서 "현재 수주 비중에서 미국이 40%, 중동 20%, 유럽 10%, 국내 시장이 10%를 차지하는 상황"이라면서 "앞으로 유럽의 비중이 빠르게 커져 중동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유럽에서 친환경 변압기 및 고압 차단기 제품을 중심으로 지난해 3분기 1275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 분기 대비 84.5%, 전년 동기 대비 76.1% 성장했다. 수주량도 1억6400만달러(약 2374억원)를 기록하며 전분기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9.1%, 168.9% 늘었다.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의 한 섬에 고압 송전망과 송전탑, 풍력 발전기가 함께 설치돼 있다. /로이터=뉴스1

효성중공업도 2025년 12월 영국·스웨덴·스페인 등에서 약 2300억원 규모 계약을 체결하며 유럽 내 수주를 확대해 가는 모습이다. 효성중공업은 친환경 가스절연 개폐장치(GIS) 등 차세대 제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네덜란드에 R&D 거점도 구축했다.

LS일렉트릭은 이달 초 독일 최대 민간 발전사 RWE와 620억원 규모의 초고압 변압기 공급 계약을 맺으며 유럽 진출 물꼬를 텄다.

유럽은 친환경 및 신재생 전력 전환의 중심지다. 미국과 함께 전력망 노후화가 가장 심각한 지역으로 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해 4월에는 스페인과 포르투갈, 체코 등에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 모빌리티포어사이츠(Mobilityforesights)에 따르면 유럽 전력망 시장은 2025년 3124억달러(약 458조원)에서 2031년 5289억달러(약 775조원)로 연평균 9.2%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배경으로는 전력소비 증가, 신재생 에너지 도입 확대, 노후 전력망 설비 교체 수요가 꼽혔다.

반면 중동에서의 수주 및 매출 비율은 감소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25년 기준 대(對)중동 변압기 수출은 2억6900만달러(약 3944억원)로 전년 대비 6.3% 감소했다. 2023년, 2024년 전년 대비 각각 86.6%, 17.5% 증가하던 추세가 바뀐 것이다. 쿠웨이트에서는 19.8%, 카타르에서는 83.3%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 HD현대일렉트릭의 중동 시장 매출은 2096억원으로 같은해 1분기 대비 23.6% 줄었다. 수주량도 7800만달러(1129억원)으로 같은 기간 66.2% 감소했다.

효성중공업이 지난해 영국 스코틀랜드에 설치한 초고압 변압기. /효성중공업 제공

특히 업계에서는 중동에서 중국 전력기기 업체와의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원가 경쟁력이 강한 중국 업체가 중동에 진출하기 시작하면서 한국 업체는 초고압 차단기 등 중국보다 기술적 우위에 있는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가 중동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입하기 시작하면서 변압기 제품 수주 지역을 유럽 쪽으로 옮기고 있다"면서 "유럽에서는 중국 기술력에 대한 신뢰도가 아직 낮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광식 교보증권 연구원은 "중동과 일부 동유럽 국가에 중국 업체들이 많이 진출하고 있다"면서 "아직 프리미엄 제품은 중국 제품을 쓰지 않기 때문에 해당 제품을 위주로 수주 전략을 짜는 분위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