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용(軍用) 로봇들이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전력화된다. 방위사업청(방사청)은 총 4종의 무인 로봇 체계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중 가장 먼저 폭발물 탐지·제거 로봇이 실전에 투입된다.
26일 군 당국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을 맡은 폭발물 탐지·제거 로봇은 올해부터 양산이 시작돼 내년까지 육군과 해군에 공급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017년 기술 실현성을 검토하는 '탐색 개발'을 시작한 뒤 2023년에 양산이 예정된 무기 체계를 개발하는 '체계 개발'을 마무리했다.
이 로봇은 지뢰가 매설됐거나 폭발물 등이 설치된 고위험 지역에서 사람을 대신해 정찰이나 수색, 탐지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용도로 개발됐다. 부착된 집게 조작팔은 엑스레이 투시기와 지뢰탐지기, 무반동 물포총, 산탄총, 케이블 절단기 등으로 바꿀 수 있다. 다만 이 로봇은 자율 탐지 기능이 없어 사람이 조종해야 한다.
군 당국은 LIG넥스원이 개발한 수중 자율기뢰 탐색체(AUV)도 올해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AUV는 수중에서 기뢰를 탐색하는 무인 로봇이다. 입력된 지점까지 자율적으로 움직이며 소나(Sonar·음파로 수중 목표의 방위, 거리 등을 알아내는 장비)와 수중 초음파 탐지기 등을 이용해 기뢰를 찾아낸다. 이 로봇은 수심 수백m에서도 원활하게 작동한다.
LIG넥스원은 지난 2024년 체계 개발을 마무리했으며, 올해 안에 방사청과 양산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2029년까지 양산을 끝내겠다는 게 군 당국의 계획이다.
LIG넥스원은 정찰용 무인수상정(승무원 없이 수면에서 운용하는 선박)의 체계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 무인수상정 '해검' 시리즈의 개발을 시작했고, 군의 요구에 맞춰 성능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 무인수상정은 해군의 전진기지나 주요 항만 등에서 운용될 예정이다. LIG넥스원은 작전 반경을 넓히기 위해 저궤도 위성과 연결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 길이는 12m, 폭은 3m로 최대 40노트 이상의 속도를 낸다. 노트는 한 시간에 1해리(1852m)를 움직이는 속도를 말한다.
LIG넥스원은 2027년까지 정찰용 무인수상정의 체계 개발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정찰용 무인수상정과 AUV는 해군의 유·무인 복합 무기 체계인 '네이비 씨 고스트'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LIG넥스원은 공격용 무인수상정 개발에도 나설 방침이다.
방사청이 관리하는 무인 로봇 사업 중 마지막은 무인 수색 차량이다. 현재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22년 시작된 무인 수색 차량 개발은 올해 9월쯤 마무리될 예정이다.
무인 수색 차량은 사람 대신 작전 지역 최전방에서 수색·정찰·경계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차량형 로봇이다. 야간에도 여러 표적을 탐지하며, 포착한 표적을 정밀 추적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다.
방사청과 별도로 군 당국이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로봇 시범 사업도 있다. 군은 현대로템, 레인보우로보틱스와 손잡고 4족 보행 로봇을 개발해 지난해 실증까지 마쳤다.
이 로봇에는 AI가 탑재돼 스스로 경로를 찾아가고, 인간의 수신호를 인지해 포복하거나 전진할 수 있다. 실증 과정에서는 정찰 등의 목적으로 쓰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군은 아직 이 4족 보행 로봇의 양산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산업계에서는 군이 적극적으로 로봇 사업 발주에 나서고 실전에 투입되는 로봇의 종류가 늘어나면 전체적인 국내 로봇 산업의 발전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통상 군용품의 경우 높은 내구도가 필요한 만큼 요구되는 기술 수준이 일반 제품에 비해 높다"며 "레이저나 무선 통신 등 군용 기술이 민간으로 확대된 사례처럼 군용 로봇이 확대되면 민수용 로봇 시장도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개발과 양산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의 개발 속도로는 국군의 전력을 신속하게 향상시키기 어렵고,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의 무기 수출 경쟁에서도 밀릴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폭발물 탐지·제거 로봇의 경우 세계 최초로 개발됐지만, 초기 개발 단계부터 양산까지 10년이 걸렸다. 자율 탐지 기능은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정찰용 무인수상정도 개발 시작 시점부터 양산까지 10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무인 차량 플랫폼은 일부 국가들에 비해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에스토니아의 밀렘 로보틱스는 2010년대에 이미 무인 차량 '테미스'를 개발해 스페인, 네덜란드 등에 수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