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금상선그룹이 컨테이너선 매각과 대규모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확보를 추진하면서 사업 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컨테이너선 운임이 저조한 상황에서 시황 전망이 밝은 원유 운반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올해 주요 산유국의 생산 확대로 장거리 노선 수요가 증가하며 VLCC 운임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장금상선의 사업 전환이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최근 발생한 베네수엘라 사태 역시 중장기적으로 VLCC 운임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4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장금상선은 최근 중고선 매입과 용선(배를 임차하는 것) 계약을 통해 30척 이상의 VLCC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장금상선이 매입을 추진하는 중고선은 노르웨이·벨기에 선사와 진행 중인 30만DWT(재화중량톤수·선박이 운반 가능한 최대 총 중량)급 VLCC 14척을 포함해 모두 19척에 달한다.
장금상선이 추진 중인 중고선 매매 계약의 규모는 총 18억 6950만달러(약 2조7584억원)로 알려졌는데, 영국 선박 중개업체인 깁슨은 "장금상선이 매입 중인 15년 선령의 VLCC 가치가 통상 5900만~6000만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10~15% 높다"고 했다.
이 밖에도 장금상선은 글로벌 원자재 업체 트라피구라 등과 기존 계약을 연장하고, 신규 용선 계약을 체결하면서 14척가량의 VLCC를 확보했다. 업계에서는 장금상선이 매입을 추진 중인 중고선과 용선 계약을 마무하면 VLCC 운용 규모가 100척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금상선이 운용 중인 컨테이너선이 약 75척(선복량 14만TEU)인 것을 고려하면, VLCC 선대 규모가 컨테이너선 선대보다 커지는 셈이다. 장금상선은 자회사인 흥아해운(003280) 등을 통해 탱커선 사업도 하고 있다.
장금상선의 이러한 공격적인 VLCC 선대 확장은 컨테이너선 사업 축소와 함께 추진되고 있다. 장금상선은 지난해 8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컨테이너선 6척을 매각했으며, 최근에는 컨테이너선 30척을 MSC에 일괄 매각하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해운업계는 장금상선이 주력 사업인 인트라 아시아(한국·중국·일본과 동남아 지역) 노선의 컨테이너선 운임이 하락해 수익성이 낮아지자 사업 전환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금상선의 2022년 매출액은 4조9264억원, 영업이익 1조8020억원을 기록했으나, 2024년 매출액 3조4019억원 영업이익 5430억원으로 각각 31%, 70% 감소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부산에서 호찌민·자카르타·싱가포르로 향하는 노선 운임 지수(KSEI)는 2022년말 1509였으나, 지난해 말 963을 기록해 약 36% 하락했다.
중국 노선의 운임 지수(KCI)와 일본 노선 운임 지수(KJI)는 지난해 각각 50, 214를 기록했는데, 2022년 말과 비교하면 KJI는 817에서 3분의 1 이하로 떨어졌고 KCI는 247에서 5분의 1수준으로 낮아졌다.
반면, VLCC 운임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미 동부 걸프 지역과 중국 닝보를 오가는 27만t급 VLCC의 지난해 3분기 평균 운임은 845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5.2% 올랐다.
더욱이 VLCC 운임은 최근 일어난 베네수엘라 사태로 더욱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축출한 미국은 현재 하루 약 100만배럴 베네수엘라 원유 생산량을 늘리고, 베네수엘라가 경제 제재로 판매하지 못하고 비축해 둔 5000만배럴 규모의 원유를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가 과거 최대 일 평균 300만배럴의 원유 생산량을 기록했던 데다, 정상적인 수출입이 가능해지면 그만큼 장거리 VLCC 수요가 늘 수밖에 없어 운임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VLCC 중심으로 사업 구조 재편을 추진 중인 장금상선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베네수엘라의 원유 증산이 얼마나 빨리 이뤄질지는 알 수 없지만, 원유 운반선 시장에서는 분명 호재"라며 "그림자 선단(경제 제재를 받고 있어 정상적인 거래를 할 수 없는 국가의 재화를 나르는 선박)이 차지하던 부분 이상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이고, 운임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