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국내 산업계는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자동차와 석유화학 등은 미국의 고율관세 부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조선과 방위산업 등의 업종은 글로벌 수요가 증가하며 호황을 맞았다. 2026년 글로벌 경제를 움직일 주요 이슈에 대해 짚어보고 이에 따른 업종별 영향을 전망해 본다. [편집자주]

올해 국내 항공업계에는 큰 폭의 지각 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통합 항공사가 올 연말 출범하면서 세계 10위권 내 항공사가 탄생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노선 배분·마일리지 통합안 등에 관심이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항공사들은 환율과 유가, 인건비 등 비용 리스크에 대응해야 한다.

해운업계에서는 국내 유일의 글로벌 해운사인 HMM의 인수·이전안이 최대 사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양수산부는 이달 HMM과 산하 기관 등의 이전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글로벌 해운 시장에서는 공급 과잉과 지정학적 위험도 부각될 전망이다.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비행기들이 계류해있다./뉴스1

◇ 대한·아시아나 통합 항공사 출범… 고환율에 비용 부담 늘 듯

1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절차는 2020년 11월 시작됐다. 2024년 말 자회사 편입을 거쳐 지난해 실질적인 통합 과정에 돌입했다. 국내 항공업계 1·2위가 결합한 통합 항공사는 오는 12월 출범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아시아나항공은 14일 기존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에서 제2여객터미널(T2)로 이동한다. 현재 T2는 대한항공 계열사인 진에어와 에어서울, 에어부산 등 12개 항공사가 사용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통합 항공사 출범을 앞두고 '회원 전용 라운지' 조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T2 이전에 맞춰 T2 동편(좌측)에 프레스티지 라운지를 열 계획이다. 오는 4월에는 일등석 라운지와 서편의 프레스티지 라운지 확장까지 마무리하는 게 목표다. 대한항공은 라운지를 확장하면서 프리미엄 서비스도 도입한다. 라이브 키친을 운영해 음식의 종류와 신선도를 높이고 칵테일, 와인, 음료 등도 즉석에서 제조하기로 했다.

항공업계는 최근 고가의 비즈니스석과 협소한 이코노미석의 중간 등급으로 프리미엄 좌석을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에어프레미아의 '프리미엄 이코노미(와이드 프리미엄)', 파라타항공의 '비즈니스 스마트 클래스' 등이 대표적이다. 대한항공은 프레스티지석과 이코노미석의 중간 등급인 '프리미엄석'을 일본·동남아 등 단거리 노선에 도입했으며 올해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경기는 불황이지만 좌석의 '프리미엄'에 대한 고객 수요는 더 늘어나고 있다"면서 "고객들이 비용을 더 지불하더라도 편안함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져 업계의 변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통합 항공사의 독과점을 막기 위한 노선 배분은 항공업계의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4년 12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 과정에서 독과점이 발생할 수 있는 34개 노선의 운수권·슬롯을 10년 내 다른 항공사에 이전하도록 했다.

이 중 지난해 6개 노선은 이전이 완료됐고, 18개 노선은 올해 상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이전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나머지 10곳의 노선은 아직 항공사들이 신청하지 않았다. 통합의 마지막 관문인 '마일리지 통합 방안'은 지난해 공정위의 두 차례 보완 명령을 받았는데, 대한항공은 올해 안에 보완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사업 부문별로 보면 여객과 화물은 수요 전망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여객의 경우 국제선은 지난해 일본·동남아를 중심으로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한 반면 국내선은 올해도 수요가 늘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선 화물의 수요는 2019년 수요의 106% 수준으로 전망된다.

백승한 한국교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올해 국제선 여객의 성장 수준은 노선·지역별로 차이가 발생할 전망"이라면서 "국내선 여객 수요는 코로나19 이전 대비 93%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항공 시장이 올해 호황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내 항공사들은 환율과 유가 등 각종 비용과 관련한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항공사들의 전체 예상 순이익 410억달러(약 60조원)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올해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은 계속 1400~1500원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커 국내 항공사들의 비용 부담이 늘 것으로 예상된다. 유류비, 리스료, 정비비 등은 달러 결제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최민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항공기에 들어가는 제트유는 달러화로 결제를 하기 때문에 환율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며 "저비용항공사(LCC), 외국 항공사 등과의 경쟁이 심화돼 운임이 하락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HMM의 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 블레싱호./HMM제공

◇ HMM 이전안 이달 발표… 수에즈 운하 통항 재개로 업황 '먹구름'

올해 국내 해운업계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HMM의 부산 이전과 재매각 여부다. HMM의 부산 이전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현재 정부의 핵심 과제로 추진되고 있다. HMM 이전안은 동남권에 해양수산 관련 모든 기능을 모아 수도권 중심체제를 극복하겠다는 국토균형발전에 북극항로 개척이라는 명분이 더해져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이달 둘째로 예정했던 HMM을 비롯해 산하 기관과 해사법원, 동남투자공사의 이전안 발표를 연기하기로 했다. 해수부 장관이 공석인데다, HMM 노조의 반대가 강해서다. 해수부는 지난해 12월 8일 부산 청사로 이전을 시작해 23일 개청식을 열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HMM지부(HMM 노조)와의 협상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미뤄졌다. 전재수 전 해수부 장관은 지난해 말 HMM 노조를 직접 만나 부산 이전의 당위성을 설득했지만, 노조는 "부산 이전을 강행할 경우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노조는 지난달 4일에는 '본사 강제 이전 규탄'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HMM 재매각이 속도를 낼 지도 주목된다. 최대주주(지분 35.42%)인 한국산업은행은 지난해 연말 HMM 지분 가치 재산정에 돌입했다. 현재 HMM의 시가총액은 20조원 안팎으로 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35.08%)의 지분을 합하면 약 13조원에 달한다. 산업은행 지분만 분리 매각한다 하더라도 지분 가치가 약 6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인수 금액은 7~8조원 수준이 될 것으로 분석한다. 산업은행은 빠른 기간 내 제한경쟁입찰로 수행기관(회계법인 등)을 선정하고, 올해 2월 말까지 최종 보고서를 받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HMM 인수 의사가 있는 곳은 포스코그룹, 동원그룹 등이다. 포스코그룹은 이미 지난해 9월 타당성 분석에 들어갔고, 2023년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던 동원도 내부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면서 재도전에 나섰다. 포스코는 철강과 해운의 시너지를, 동원은 수산·물류와 해운의 연관성을 앞세우고 있다. 두 곳 모두 사업 다각화와 물류비 절감, 원자재 수송 안정화 등을 노리고 있다.

현금 동원력에서는 포스코가 동원을 월등하게 앞선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포스코홀딩스의 현금성 자산은 7조원을 웃도는 데 반해 동원산업은 5000억원에 못 미친다.

프랑스 선사 CMA CGM의 벤자민 프랭클린호가 수에즈 운하를 지나가는 모습./수에즈운하청 제공

글로벌 해운 시장의 업황은 올해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전세계적 선박 공급 과잉과 미국 관세 여파로 해상 운임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지난해 말 발표한 '연간 해운시황보고서'에 따르면 컨테이너 운임은 지난해 12월 19일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를 기준으로 1580을 기록해 연초(2505) 대비 38% 하락했다.

올해 선복 공급 증가율 예상치는 3.5%로 수요(2.1%)를 웃돈다. 이는 선복량(선박이 실을 수 있는 화물의 총량)이 물동량을 초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8년 기준 물동량은 2024년 대비 12.9%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선복량 증가율 전망치는 26.3%로 추산된다.

올해 수에즈 운하 통항이 재개될 경우 해상 운임은 더 하락할 수 있다. 수에즈 운하는 지중해와 홍해, 인도양을 연결하는 운하로,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으로 돌아가는 항로를 획기적으로 단축시키는 역할을 한다.

수에즈 운하는 지난 2023년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가자전쟁)이 발발한 후 통항이 지난해 10월까지 중단됐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프랑스 선사인 CMA CGM의 초대형 컨테이너 운반선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등 최근 시범 운항이 진행되고 있다. 선사들은 올해 수에즈 운하의 이용을 재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선박들이 희망봉으로 돌아가다 다시 직항로인 수에즈 운하를 사용하게 되면 하루에 실어 나를 수 있는 물량이 그만큼 늘어난다. 이 경우 선박 공급이 늘어나 해상 운임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글로벌 해운 전문 컨설팅사 드루리는 올해 주요 항로 운임이 지난해보다 17%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HMM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전년 대비 38.2% 감소한 8632억원으로 제시했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컨테이너 운임 지수는 이미 조정이 시작됐고, 신규 건조된 선박의 인도로 공급도 늘고 있다"면서 "수에즈 운하의 통항 재개로 해상 운임의 하방 압력도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