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전기 요금 부담을 낮추기 위해 원자력발전 이용률을 15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더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용률은 발전 설비가 낼 수 있는 발전량과 일정 기간 실제 발전량을 비교한 수치다.
13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산하 에너지 분야 21개 기관으로부터 전날 보고받은 업무 계획에 따르면 한수원은 올해 원전 이용률을 89%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제시했다.
지난해 원전 이용률은 84.6%로 2015년(85.3%)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았는데, 이보다 4.4%포인트(p)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목표 달성 시 2011년(90.7%)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한수원은 원전 이용률을 제고해 전력 수급을 안정시키고, 전기 요금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원전 안전성·경제성 최적화를 위해 '이상 징후 발견·예측 인공지능(AI) 조기 경보 시스템' 등을 도입하겠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계속 운전이 승인된 고리 2호기는 오는 3월 재가동하기로 했다.
한수원은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 확보 측면에서 현실적인 대안"이라면서 "2030년 이전 운전 허가 기간이 만료되는 원전 10기 계속운전을 지속해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대형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 건설과 관련해서는 "정부 정책 방향과 정책토론회·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부지를 적기에 확보하겠다"면서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한수원과 한국원자력연료 등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원전 운영 유연성 확보를 위해 2032년까지 연간 100일 이내에서 원전 출력을 50%까지 낮춰 운영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연간 20일 이내에서 출력을 80%까지 제어할 수 있다.
◆한국전력,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조기 구축 목표
한국전력은 업무 계획에서 호남에서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 산업단지에 보내는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를 조기에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25개 건설 사업 중 7개 사업을 예정보다 1년 이른 2030년에 완료하기로 했다.
한전은 에너지 고속도로 조기 구축을 위해 국민성장펀드를 활용하거나 국민펀드를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등 전력망 확충에 따라 예상되는 갈등과 관련해 한전은 "다층적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주민 반발이 심한 '동서울변전소 초고압 직류 송전(HVDC) 변환소 증설 사업'과 관련해선 "주민과 충분히 소통하고 정부와 협력해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경기 하남시 감일신도시와 가까운 동서울변전소에 신설이 추진되는 변환소는 동해안부터 수도권까지 이어지는 280㎞ HVDC 송전선로 종착지다. 해당 송전선로는 지난해 10월 1일 '국가 기간 전력망 확충위원회'에서 '국가 기간 전력망 설비'로 지정됐다. 국가 기간 전력망 설비 지정은 이재명 정부 국정 과제인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에 속도를 내고자 진행됐다.
한전은 '지산지소(地産地消) 계획입지'를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지산지소는 에너지를 사용할 곳에서 생산한다는 개념이다. 계획입지제는 정부나 공공기관이 발전 사업에 적합한 부지를 선제적으로 지정하고 사업자를 모집하는 방식이다.
한전은 시간대·지역별 전기 요금 개편도 추진하기로 했다. 한전의 5개 발전 자회사는 석탄화력발전 폐지 정책에 맞춰 재생에너지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