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한국에서 수출하는 후판(厚板·두께 6㎜ 이상의 철판) 중 대부분의 물량을 차지하는 폭 2500㎜ 이상의 광폭(廣幅) 후판을 반덤핑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의 철강 관세 부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철강업계도 한숨을 돌리게 됐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후판공장에서 생산되는 후판 모습. /포스코 제공

1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영국 무역규제청(TRA)은 이달 초 포스코·현대제철(004020)·동국제강(460860) 등을 대상으로 한 후판 반덤핑 조사에서 폭 2500㎜ 이상의 광폭 후판을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의견 수렴 단계에서 현지 수요처에 광폭 후판을 공급하는 업체들의 의견이 수용된 것이다. 삼성물산 등 국내 수출 기업은 물론 영국 내 수입사인 듀페르코와 스템코 등도 관세 부과를 반대해 왔다.

이들은 영국 철강 업체가 폭 2100㎜를 초과하는 후판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 수입 제품이 들어와도 자국 산업에 타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수입 후판에 관세가 부과될 경우 후판을 사용해야 하는 영국 내 전방 산업에 피해가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광폭 후판은 주로 교량 등 대형 구조물이나 선박, 해상 풍력 발전기 하부 구조물 및 에너지 플랜트 건설 등에 쓰인다. 용접 부위를 최소화해 구조물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어 최근 이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이번 영국 TRA의 결정으로 국내 철강업계는 반덤핑 조사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됐다. 국내에서 영국으로 수출되는 후판 물량의 대부분은 광폭 후판이다.

한국철강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영국 TRA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국내 기업들은 폭 2100㎜ 이상 제품 등 영국에서는 생산하기 어려운 품목을 공급하는 데 집중해 왔다"고 설명했다.

스템코도 의견서를 통해 "자사 후판 수입량의 66.44% 정도가 영국에서 생산할 수 없는 광폭 후판"이라며 "한국산 수입품이 영국 철강 산업의 생산 능력을 벗어나기에 피해 발생 가능성이 작다"고 했다.

영국 TRA는 지난 2021년 4월부터 지난해 3월 말까지의 한국산 후판 판매 관련 사실을 조사했고, 이달 예비 판정을 앞두고 있다. 영국 TRA는 다음 달까지 현지 실사를 마치고 오는 8월 최종 판정을 내릴 예정이다.

한국에서 영국으로 수출되는 후판 물량은 몇 년 새 크게 증가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2021년 1만6288톤(t)에 불과했던 후판 수출량은 2023년 5만1891t으로 219% 증가했다. 이후 다소 감소하며 지난해 4만1340t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