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로고를 통해 브랜드를 인식할 뿐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믿는다. 한 입 베어먹은 사과를 볼 때마다 비극적 천재를 떠올리고(애플), 파란색과 흰색 체크무늬를 보면 하늘을 가르는 프로펠러를 상상하며(BMW), M 자의 황금색 아치를 마주하면(맥도널드) 햄버거를 떠올린다. 문제는 이 이야기가 때로는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기업이 만들지 않은 신화가 소비자 사이에서 만들어지고 확산하다가, 마침내 브랜드의 일부가 되어버린다는 사실이다. 진실보다 더 설득력 있는 서사는 진실을 압도한다. 그리고 때로는 그 신화가 브랜드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기도 한다.
v 신화: 앨런 튜링을 기리기 위한 사과컴퓨터 과학의 아버지 앨런 튜링.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의 에니그마 암호를 해독해 연합군 승리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천재 수학자다.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으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그의 업적은 현대 컴퓨터의 토대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 전쟁 영웅은 동성애 혐의로 혹독한 억압을 받았다. 화학적 거세를 선택한 그는 1954년, 청산가리가 든 사과를 먹고 자살했다. 많은 사람이 믿었다. 애플이 첨단 기술 발전의 선구자인 튜링을 기리기 위해, 그의 마지막 순간을 상징하는 한 입 베어먹은 사과를 로고로 선택했다고. 이 이야기는 완벽했다. 혁신적 기술 기업과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 비극적 천재와 그를 기리는 헌사 그리고 인권 의식까지 담긴 서사는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확산했다.
v 진실: 체리와 구별하기 위한 실용적 선택
하지만 로고를 디자인한 롭 자노프는 여러 차례 인터뷰에서 이를 분명히 부인했다. "앨런 튜링?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그가 밝힌 이유는 놀라울 만큼 실용적이다. 사과 그림만으로는 체리나 다른 과일로 오인될 수 있어서, 한 입 베어먹은 형태를 더해 "이것은 사과다"라고 명확히 보여주려 했다는 것이다. 기술 회사의 딱딱한 이미지를 벗어나 친근한 과일 이미지를 쓰되, 단순하고 명확하게 만들고자 한 것이 전부였다.
스티브 잡스가 회사명을 '애플'로 정한 이유도 비슷하게 소박하다. 당시 과일 다이어트 중이던 잡스는 오리건주의 사과 농장을 방문한 후 "애플은 어때?"라고 제안했다. 간결하고 친근하며 전화번호부에서 경쟁사 '아타리'보다 앞에 온다는 실용적 이점을 고려한 아이디어였다. 디자이너와 창업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튜링 헌사설은 여전히 많은 사람 사이에서 회자된다. 이것이 집단적 해석이 브랜드를 완성하는 방식이다.
v 신화: 항공기 엔진에서 자동차로
BMW 로고의 파란색과 흰색 체크무늬를 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회전하는 프로펠러.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하얗게 빛나는 프로펠러가 회전하는 모습이다. BMW가 원래 항공기 엔진 제조사였다는 사실과 결합하며 이 해석은 거의 정설처럼 받아들여졌다. 항공 산업의 정밀함과 기술력을 자동차에 계승했다는 이야기는 BMW의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그렇게 거의 한 세기 동안 신화는 사실처럼 퍼졌다.
v 진실: 바이에른주의 깃발 색상
BMW는 1917년 독일 뮌헨에서 시작했다. 사명은 '바이에른 모토렌 베르케(Bayerische Motoren Werke)', 즉 '바이에른 모터 공장'이다. 여기서 BMW라는 약자가 탄생했다. 로고의 파란색과 흰색은 바로 이 바이에른주의 주기(州旗)에서 가져온 것이다. 바이에른주 깃발은 파란색과 흰색 마름모 패턴이 특징이다. 당시 독일 상표법은 주 깃발을 직접 상표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기에, BMW는 색상은 유지하되 배치를 변형해 원형에 담았다. 지역 정체성을 담되, 법을 준수하는 실용적인 방식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BMW가 1963년 이 사실을 밝혔음에도, 프로펠러 신화를 적극적으로 부인하지도, 활용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지역 정체성을 담은 '진실'과 첨단 기술을 상징하는 '신화'가 공존하면서 BMW는 전통과 혁신을 동시에 상징하는 브랜드가 됐다.
애플과 BMW의 사례가 소비자가 만들어낸 신화라면, 블루투스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신화적 서사가 설계된 드문 경우다. 1994년 스웨덴의 에릭슨이 무선통신 기술 연구를 시작했고 1997년 인텔 엔지니어 짐 카다크가 바이킹 역사책을 읽다가 영감을 얻었다. 10세기 덴마크와 노르웨이를 통일한 하랄 블로탄 고름손 왕, '푸른 이빨(Bluetooth)'이라는 별명을 가진 그가 스칸디나비아를 하나로 통일한 것처럼, 서로 다른 통신기기를 하나의 규격으로 연결하겠다는 원대한 꿈을 담아 이름을 붙였다. 로고 자체가 이 철학을 완벽하게 구현한다. 로고는 하랄(Harald)의 H와 블루투스(Bluetooth)의 B에 해당하는 룬 문자 와 를 합쳐 만들었다. 룬 문자는 옛 게르만족이 쓰던 고대 문자로, 북유럽 전역에서 널리 쓰였다. 이것은 단순한 로고 디자인이 아니라 시간 여행이다. 1000년 전 바이킹시대의 문자가 21세기 무선통신 표준이 된 것이다. 과거의 통일 철학이 현대의 기술 표준이 되었다는 서사, 기술사에서 아름다운 이야기 중 하나다.
전 세계인이 쉽게 알아보는 로고 중 하나인 맥도널드의 황금 아치. 대부분 사람은 당연히 'McDonald'의 첫 글자 M을 형상화한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은 비를 피하기 위한 처마였을 뿐이다. 1955년 4월 15일, 세일즈맨 레이 크록은 캘리포니아주에서 햄버거 가게를 운영하던 맥도널드 형제를 설득해 시카고 교외에 프랜차이즈 1호점을 세웠다. 이 매장은 고속도로변에 있었는데, 밖에서 주문하는 고객이 비를 맞지 않도록 건물 상단에 황금색 아치형 처마를 설치했다. 옆에서 보면 이 처마가 알파벳 M 자로 보인다는 점에 착안해 현재의 로고가 디자인됐다. 결과적으로 회사 이름의 첫 글자와 일치하는 행운을 얻었지만, 시작은 그저 실용적인 건축 요소였던 셈이다. 비를 피하는 고객의 편의에서 출발한 로고가 이제는 패스트푸드 산업 전체의 상징이 됐다.애플은 튜링을 기리지 않았고 BMW는 프로펠러를 상징하지 않았으며 맥도널드의 아치는 원래 처마였다. 진실은 기대보다 평범했다. 체리와 구별하기 위한 선택, 지역 깃발의 색상, 비를 피하기 위한 건축 구조물. 하지만 신화는 진실보다 더 매력적이었다. 비극적 천재에 대한 헌사, 하늘을 가르는 프로펠러, 건축의 혁신을 담은 황금 아치. 이런 이야기가 브랜드에 깊이와 의미를 더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신화 상당수가 소비자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기업은 단지 로고를 만들었을 뿐인데, 소비자는 그 안에서 의미를 찾고 연결 고리를 만들고 서사를 구축했다. 철학자 롤랑 바르트의 말처럼, 신화는 사물을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그것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만들어, 질문 자체를 사라지게 한다.
진실보다 매력적인 이야기는 진실을 압도한다. 애플의 사과는 기술과 디자인의 상징이 되었고 BMW의 로고는 전통과 혁신의 결합이 되었으며 맥도널드의 아치는 편의와 속도의 상징이 됐다. 로고 디자인의 진실은 중요하지만, 그 진실이 만들어낸 신화의 영향력은 더욱 크다. 기업이 의도하지 않은 신화도, 완벽하게 계획된 신화도 모두 브랜드를 더욱 특별하게 한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좋은 로고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사람이 의미를 찾고 싶어 하고 연결 고리를 만들고 싶어 하고 믿고 싶어 하는 그 욕망을 충족시킨다. 그것이 로고가 단순한 그래픽을 넘어 브랜드의 영혼이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