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과 해양수산부 산하기관 등의 부산 이전안이 당초 다음 주 중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무산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전안을 진두지휘하던 해수부 장관이 물러나며 공석인 만큼 이달 안에는 이전안 발표가 어렵게 됐다는 것이 해수부의 시각이다. HMM 등의 부산 이전은 국정 과제인 만큼 최대한 빠르게 추진하겠다는 것이 해수부의 공식 입장이지만, HMM 재매각도 속도를 내는 데다, 노조의 반발도 강해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9일 정부와 해운업계 등에 따르면 해수부는 당초 이달 둘째 주 발표할 예정이었던 HMM과 산하기관, 해사법원, 동남투자공사의 부산 이전안을 연기하기로 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이달 안에 부산 이전안을 공개하기는 어렵게 됐다"면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일정을 정해 추진하려고 한다"고 했다.
HMM 부산 이전안을 추진해야 할 해수부 장관이 공석인 점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재수 전 해수부 장관은 지난해 7월 임명되자마자 HMM과 산하기관, 해사법원, 동남투자공사 등의 부산이전을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해수부는 지난해 말 선제적으로 부산 이전을 마쳤다. 전재수 전 장관은 지난해 11월 부산 이전을 반대하고 있는 HMM 육상노조 간부들을 직접 만나 당위성을 설득했다.
전임 장관이 직접 HMM의 부산 이전을 이끌어 온 만큼 현재 동력이 떨어졌다는 것이 해수부 내부 분위기다. HMM 부산 이전이 국정과제라 부처 차원의 현안이긴 하지만, 콘트롤타워가 비어 있는 상황에서 이전 방식이나 발표 일정 등을 자체적으로 결정하기가 여렵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말 후임 해수부 장관으로 '부산 출신'을 임명하겠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HMM의 부산 이전이 계획대로 빠르게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은행이 HMM의 재매각을 추진 중으로, 이를 부산 이전과 완전히 별개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지난달 산업은행이 보유 중인 HMM 지분 가치 재산정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산업은행은 지난 9월 말 기준 지분 35.42%로 보유한 HMM의 최대주주다. 2대 주주는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로, 지분 35.08%를 갖고 있다. 산업은행은 내달 말까지 HMM 지분 가치에 관한 최종 보고서를 받을 계획이다.
HMM 내부의 반발도 부산 이전에 앞서 고려해야 할 요인이다. HMM 육상노조는 본사 이전이 단순한 근무지 이동을 넘어선 문제로, 인력 유출과 운영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HMM 임직원은 약 1900명인데 1000명 이상이 육상 인력으로 서울·수도권에 생활 기반을 두고 있다. HMM 노조는 정부가 이전을 강행할 경우 총파업을 불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HMM을 인수할 후보군을 두고 부산시와 해운업계에서는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인수 의사를 밝힌 포스코그룹에 대해서는 반대 여론이 상당하다. 대형 화주인 포스코가 해운업에 진출하면 포스코 내부 화물 운송 중심으로 운영되고, 운임 협상 혼선 등으로 다른 해운사들의 시장 퇴출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동원그룹도 지난 연말 HMM 인수에 재도전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2파전으로 진행되는 분위기다. 다만 HMM의 몸값이 10조원 안팎으로 평가되는 만큼 현금 동원력에서 포스코가 앞선다는 의견이 많다. 포스코의 지주사 포스코홀딩스의 지난 9월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7조1688억원이다. 반면 동원그룹의 지주사 동원산업의 현금성 자산은 4934억원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