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시작된 예멘 내전이 10년 넘게 이어지면서, 이 곳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을 진행하던 국내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가스공사와 SK, 현대코퍼레이션 등 참여사들은 예멘 가스전 사업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만 계속 지출하며 지금껏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7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지난달 이사회를 열어 예멘 YLNG 사업의 투자 기간, 투자비 변경 안건을 가결했다. 안건에는 중단된 예멘 LNG 개발 사업의 투자 기간을 연장하고 투자비를 증액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예멘 발 하프에 위치한 LNG 생산기지. /토탈에너지스 제공

당초 이 사업의 계약 기간은 2034년까지로 돼 있었지만, 내전으로 개발이 중단되면서 종료 시점이 2044년으로 늦춰졌다. 현지 개발사를 유지하기 위한 운영비 지출을 위해 투자비도 증액됐다.

예멘 YLNG 사업은 예멘의 수도인 사나에서 동쪽으로 180㎞ 떨어진 마리브 중부 지역의 18광구에서 LNG를 생산하는 프로젝트다. 이 곳은 석유 외에 막대한 양의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가스전에서 생산되는 LNG는 연간 670만톤(t)인데, 이는 지난해 국내 LNG 사용량(4633만톤)의 14%에 해당된다.

YLNG 프로젝트는 SK컨소시엄(9.6%)과 가스공사(8.9%), 현대코퍼레이션(3.0%) 등이 지분을 갖고 있다.

예멘 LNG 액화플랜트 사업은 수익성이 높은 '알짜 사업'이었다. 가스공사는 예멘 LNG 건설에 2억8400만달러(약 4116억원)을 투자했는데, 내전 발발 전까지 2억9600만달러(약 4282억원)를 벌어 회수율 104%를 달성했다. 현대코퍼레이션은 배당금 수익으로 1억300만달러(약 1490억원)를 벌었다. SK컨소시엄은 국내 기업 중 지분이 가장 많아 더 많은 배당금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상황은 지난 2015년 시아파인 후티 반군 세력이 정권을 전복하면서 바뀌었다. 후티 반군은 북예멘 전역을 장악했고, 당시 예멘을 통치하던 압드라보 만수르 하디 정부가 아덴으로 쫓겨나면서 LNG 사업도 위기에 몰렸다. 결국 YLNG 최대 주주인 프랑스 토탈에너지스가 2015년 4월 안전을 우려해 자국 직원을 철수시키면서 가스전 생산은 중단됐다.

예멘 내전이 이어지면서 국내 기업들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사업 유지비만 지출하고 있다. 개발 사업은 중단됐지만, 각 회사들은 매년 수억 원의 운영비를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예멘 내전이 장기화 될 가능성이 커 국내 기업들의 눈 먼 운영비 비출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북예멘을 장악한 후티 반군은 같은 시아파 국가인 이란의 후원을 받으면서 아덴에 자리 잡은 하디 정부와의 내전을 지속하고 있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개입하면서 내전은 외세의 대리전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멘 YLNG 사업이 내전으로 중단됐지만, 막대한 천연가스 매장량을 감안하면 충분히 유지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예멘의 정세 변화를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향후 대응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