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3일(현지 시각)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한 후 베네수엘라 원유 채굴 산업을 재건하겠다고 밝히면서, 미국 2위 석유회사 셰브론이 주목받고 있다. 셰브론은 엑손모빌 등 다른 미국 주요 석유회사들이 베네수엘라에서 사업을 접은 이후에도 철수를 하지 않은 유일한 회사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 시각) N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베네수엘라의 열악한 에너지 인프라를 개선하는 프로젝트가 18개월 안에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대형 석유회사들이 심각하게 망가진 베네수엘라 석유 관련 기반 시설을 고치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라며 "이들이 쓴 자금은 향후 정부 지원이나 세금 등을 통해 돌려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이번 주 셰브론을 비롯해 엑손모빌, 코노코필리브 등 미국 주요 석유회사의 경영진과 베네수엘라 에너지 산업 정상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원유 매장량의 약 17%를 가진 최대 원유 보유국이다.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집권하던 1999년 당시 베네수엘라는 하루 약 35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 세계 10대 산유국이었다. 그러나 정부의 석유 산업 투자 축소와 부패한 정치 문제 등으로 인해 석유 산업이 쇠퇴하면서 현재는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0.8% 정도만 생산하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사인 리스타드 에너지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석유 생산량을 하루 110만배럴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향후 15년 동안 약 530억달러(약 77조원)의 투자가 필요하다. 하루 30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던 1990년대 후반과 같은 수준이 되기 위해선 2040년까지 석유·가스 부문에 1830억달러(약 265조원)이 투입돼야 한다.
투자금은 베네수엘라의 노후화한 인프라 복원과 초중질유(점도가 높고 불순물이 많이 포함된 원유)인 베네수엘라 원유를 정제해 가공하는데 들어간다.
미국 석유회사들에게 이같이 막대한 투자금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제유가가 전년보다 20% 하락하면서 석유회사들은 베네수엘라에 투자할 여력이 줄어든 상황이다.
글로벌 에너지 업계에서는 베네수엘라에서 지금껏 사업을 유지해 온 셰브론이 재건 사업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2006년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모든 석유 관련 자산을 국유화했다. 이에 엑손모빌과 코노코필리브 등 많은 미국 석유회사들이 베네수엘라에서 철수했고, 이들의 자산은 차베스 정부에 의해 몰수됐다.
반면 셰브론은 베네수엘라 정부에 협력하면서 사업체를 계속 남겨뒀다. 당시 베네수엘라에서 셰브론의 사업을 총괄했던 알리 모시리는 뉴욕타임스(NYT)와 가진 인터뷰에서 "2006년 베네수엘라 정부와 맺은 계약에 따라 셰브론은 베네수엘라의 핵심 프로젝트에 대한 지분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NYT는 "베네수엘라에 계속 투자하기로 한 셰브론의 결정은 과거 무모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반전됐다"며 "향후 베네수엘라의 정치 상황이 안정화될 경우 셰브론은 수월하게 베네수엘라에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