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올리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6'에서 국내 로봇 제조사들이 처음으로 'K-휴머노이드 연합'을 결성해 공동 전시에 나선다. 이들은 다섯 손가락으로 움직이는 '5지(指) 로봇 손'과 생산 현장에 투입될 로봇 등 다양한 주력 제품들을 선보인다.
◇ 로보티즈, '5지 로봇 손' 공개… 휴머노이드 상용화 문턱 낮춘다
테슬라 등에 로봇 핵심 구동 장치인 액추에이터를 공급해 온 로보티즈는 사람의 손과 구조가 흡사한 로봇 손을 공개한다. 로보티즈는 CES에서 데뷔전을 거쳐 이달 중 제품을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휴머노이드가 정교한 작업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핵심 요소로 고도화된 5지 로봇 손을 꼽는다.
테슬라의 옵티머스나 등 여러 글로벌 기업의 로봇 손은 손목에 있는 모터가 와이어를 당겨 손가락을 움직이는 '케이블 드리븐(Cable-Driven)' 방식을 사용한다. 이 방식은 손가락을 가늘게 만들 수 있어 경량화에 유리하지만, 와이어가 끊어지는 단선 문제가 있다. 통상 5~6주마다 부품을 통째로 교체해야 해 유지 보수 비용이 양산의 걸림돌로 지적돼 왔다.
로보티즈는 손가락 관절마다 초소형 액추에이터를 직접 심는 '순수 모터'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자체 개발한 손가락 전용 초소형 액추에이터 20개를 탑재해 인간의 손과 유사하게 움직이면서도 내구성을 개선했다.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부터 완제품까지 모두 내재화해 가격 경쟁력도 확보했다. 현재 고성능 로봇 손 가격은 5000만원에서 1억원에 달하는데, 로보티즈는 1000만원대 수준에 판매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로보티즈는 이 로봇 손을 장착하고 머리에는 카메라, 다리에는 바퀴를 단 휴머노이드형 로봇 'AI 워커'를 전시관 전면에 배치할 계획이다. AI 워커는 시각 정보를 통해 스스로 물체를 추론하고 분류·이동하는 등 실제 사람과 같은 작업 능력을 보여줄 예정이다.
◇ 에이로봇, 엔비디아가 주목한 '현장형 로봇 제어' 시연
5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기조연설 오프닝 영상에 깜짝 등장한 에이로봇의 휴머노이드 '앨리스'도 이번 연합군에 출격했다. 에이로봇은 두 발로 걷는 '앨리스4'와 바퀴로 이동하는 '앨리스M1'이 컨베이어벨트 작업 현장에서 박스를 나르며 협업하는 시나리오를 선보인다.
에이로봇의 시연은 단순한 연출이 아닌 산업 현장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성된다. 차량 부품 공장과 화장품 생산 라인 등에서 실증을 마친 공정 데이터를 바탕으로, 로봇이 부품을 인식해 옮기고 조립하는 실제 작업 과정을 그대로 재현할 예정이다.
에이로봇 관계자는 "사람의 근육처럼 직선으로 움직이며 강한 힘을 내는 자체 제작 '리니어 액추에이터'에 정교한 제어 알고리즘을 결합했다"며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수준의 작업 정밀도를 확보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 로봇 부품·소프트웨어 제조사도 공동 전시 참여
국내 로봇 전문 기업들이 연합 공동 부스를 구성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산업통상부 주도의 제조업 AI 전환 프로젝트인 '휴머노이드 M.AX(맥스) 얼라이언스'에 속한 기업을 대상으로 수요 조사를 거쳐 10곳이 참여했다.
이번 연합 전시관에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손과 몸통뿐 아니라 두뇌와 신경을 담당하는 기업들도 함께 참여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사인 로브로스와 블루로빈은 각각 300g 무게의 초경량 텐던(힘줄) 구동 로봇 손 기술과 시각 인식 시스템을 탑재한 고성능 휴머노이드 로봇을 내놓는다. AI 로보틱스 기업인 투모로로보틱스는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AI 모델을 시연할 계획이다.
한재권 에이로봇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테슬라도 공급망 문제로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로봇 제조 생태계가 살아있는 국가는 드물다"며 "한국은 중국에 대적할 수 있는 로봇 제조 생태계를 갖춘 거의 유일한 국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