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004020)이 충남 당진제철소에 직접환원철(DRI·Direct Reduced Iron) 제조를 위한 모사설비를 구축한다. DRI는 철광석을 녹이지 않고 고체 상태에서 생산되는 철이다. 현대제철은 모사설비를 통해 DRI 생산에 관한 여러 공정을 테스트하고 미국 제철소 건설에 적용할 계획이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뉴스1

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최근 당진제철소에 DRI 모사설비 건설 공사에 착수했다. 이 설비는 시간 당 30㎏의 쇳물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지어진다. 현대제철은 내년에는 모사설비를 가동해 철강재 생산을 시작하고, 이를 토대로 미국 루이지애나주 제철소 가동을 위한 준비 작업도 진행한다.

DRI 제조는 천연가스나 수소를 이용해 고체 상태의 철광석에서 산소를 제거해 철을 생산하는 방식을 뜻한다. 탄소 배출량이 크게 줄이면서도 고로(용광로)에서와 같은 높은 순도의 철을 만들 수 있다. 또 고로 생산에 비해 투자 비용이 적다는 장점도 갖췄다.

현대제철이 모사설비를 당진제철소에 짓는 것은 이곳에 지난 2016년부터 가동 중인 수소 공장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의 당진 수소 공장은 다른 수소 공장이 생산하는 수소(순도 99.99%)보다 높은 순도(99.999%)의 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이를 활용해 수소를 이용한 환원 제철 방식을 시험할 예정이다.

올해 착공하는 루이지애나 제철소도 DRI 제조 방식으로 철을 생산한다. 이 곳은 현대제철이 58억달러(약 8조5480억원)를 들여 짓는 세계 최초의 전기로 일관 제철소다. 루이지애나 제철소에서는 연간 270만t의 철강재가 생산돼 현대차·기아와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등 현지 완성차 업체에 공급된다.

현대제철은 루이지애나 제철소에 높이 100m의 대형 설비를 구축해 철광석 펠릿(Pellet·둥글게 압축해 구워낸 철광석 가루)과 환원재를 반응시켜 DRI를 만들 계획이다. 코크스를 가열해 나오는 일산화탄소로 환원철을 만드는 고로 공정과 비교하면 최대 70%까지 배출 탄소량이 적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3월 24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2028년까지 210억 달러 규모의 전략적 재미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이 계획에는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제철소를 건설하겠다는 방안도 포함됐다. /백악관 방송 캡처

당진에 조성되는 모사설비는 미국 제철소에 들어설 설비의 100분의 1 규모다. 현대제철은 이를 활용해 DRI 제조를 위한 환원재 투입 비용이나 배출 가스 포집 방식 등 각종 데이터를 쌓을 예정이다. 이를 활용해 루이지애나 제철소의 안정적인 가동 시점을 최대한 앞당겨 고품질의 자동차 강판을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루이지애나 제철소 건설을 맡을 북미사업본부의 규모를 이전 대비 2배로 늘렸다. 또 수소 환원 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해 저탄소기술실 인력도 확충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루이지애나 제철소의 DRI 생산을 위한 1차 기술을 확보해 제조 기준을 세우자는 목적에서 당진제철소에 모사설비를 만들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규모 설비를 가동하기에 앞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확인하고 대응 방안들을 마련해 루이지애나 제철소를 최대한 빨리 안정화시키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