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70년 만에 흑연 채굴을 재개하는 등 중국산 흑연 배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비(非)중국권에서 유일하게 흑연계 음극재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포스코퓨처엠이 수혜를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타이탄 마이닝(Titan Mining)은 지난해 말 캐나다 국경에서 약 40킬로미터(㎞) 떨어진 뉴욕주 북부에 흑연 채굴을 위한 시범 시설을 짓기 시작했다.

타이탄 마이닝은 2028년 상업 판매를 목표로 연간 4만톤 규모의 흑연을 채굴할 계획이다. 미국 천연 흑연 수요의 약 50%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리타 아디아니 타이탄 마이닝 최고경영자(CEO)는 AP통신에 "중국은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 파트너로 볼 수 없다"며 "우리가 미국 수요의 상당 부분을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엘 레올트(Joel Rheault) 타이탄 마이닝(Titan Mining Corp.) 운영 부사장이 11월 20일 뉴욕주의 한 광산에서 흑연이 함유된 암석을 들고 있다. / AP 연합뉴스

흑연은 전기차용 리튬이온배터리의 음극 소재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광물이다.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1개당 흑연 함유량은 약 20~30%로 단일 광물로는 가장 많다. 원가 기준으로는 리튬이온배터리의 약 15%를 차지한다.

특히 대체품이 없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소재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리튬이온배터리 수요가 증가하면서 2030년 흑연 수요는 지금의 약 10.5배로 증가할 전망이다.

미국 흑연 광산 대부분은 1950년대에 문을 닫았다. 미국 지질조사국 국립 광물 정보센터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상업적으로 흑연을 생산하는 광산은 없다. 하지만 자원 안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타이탄 마이닝 외에 앨라배마주 2곳, 몬태나주와 알래스카주 각각 1곳 등 총 4곳의 흑연 광산이 채굴을 준비 중이다.

미국 정부도 적극적이다. 과거 조 바이든 정부는 2022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핵심 광물 생산 세액 공제를 포함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도 중국 외 국가와 핵심 광물 협정을 체결했다. 정부 자금도 지원한다. 미 수출입은행은 타이탄 마이닝에 최대 1억2000만 달러를 대출해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와 별도로 흑연 채굴 타당성 조사에만 550만 달러를 지원할 예정이다.

미국 내 흑연 수요는 2020년 이후 증가 추세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미국의 흑연 소비량은 2020년 3만톤에서 4만4300톤(2021년), 7만9700톤(2022년)으로 증가하다가 2023년 들어 7만6000톤으로 소폭 줄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생산되는 흑연이 없기에 전량을 수입한다.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각국은 흑연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한다. 흑연은 중국, 튀르키예, 마다가스카르, 모잠비크 등 전 세계에 매장돼 있으나 채굴된 광물 대부분이 중국에서 가공되기에 중국 의존도가 높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흑연 중 천연 흑연의 99%, 인조 흑연의 96%가 중국에서 가공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은 천연 흑연의 97.2%, 인조 흑연의 95.3%를 중국에서 수입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미국의 흑연 생산이 재개되면 포스코퓨처엠에 새로운 기회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중국산 흑연 배제에 적극적이라서다.

트럼프 행정부가 해외우려기업(FEOC) 요건을 시행하면서 미국 내 배터리 생산업체는 해외우려기업에 해당하는 중국 기업으로부터 공급망 자립을 해야 한다. 해외우려기업으로 규정된 국가의 기업, 단체, 기관의 핵심 광물을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하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 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흑연의 경우 해외우려기업 요건이 2026년까지 적용 유예됐다. 그때까지 포스코퓨처엠은 중국을 벗어난 흑연 공급망 확대에 공을 들여야 한다. 포스코퓨처엠은 모잠비크에서 광산을 소유·운영하는 호주 시라((Syrah Resources)와 지난 2024년 천연 흑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포스코퓨처엠의 관계사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호주계 광업회사 블랙록마이닝과 아프리카 탄자니아 마헨지 광산 지분 투자를 통해 천연 흑연 장기 공급권을 확보했다. 여기에 미국 생산 흑연까지 활용할 경우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더 탄탄히 할 가능성이 커진다.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미국이 흑연 채굴에 본격적으로 나설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면서도 "미국이 흑연 자립에 나선 것은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신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