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전기요금 인상과 발전 원재료 가격 하락으로 한국전력의 올해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산업계에서는 한전이 원가 경쟁력 상승으로 실적 개선 흐름을 유지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을 들어 요금 부담을 낮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3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전의 4분기 예상 매출액은 23조9248억원, 영업이익은 3조2700억원으로 추정된다. 올해 전체 영업이익은 14조8309억원으로 전년 대비 7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은 지난 2021년부터 3년 연속 적자에 허덕였지만, 지난해부터 이익을 내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나주 본사./한전 제공

한전의 실적이 지난해부터 개선된 데에는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한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산업용 전기요금은 ㎾h(킬로와트시)당 179.23원이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간 산업용 전기요금의 평균단가가 75.8% 올랐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2일 산업통상부가 내년 전기요금을 동결하기로 했지만, 한전은 실적 개선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발전에 필요한 주요 원재료 가격이 하락하면서 낮은 원가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내년 한전의 영업이익은 17조원, 2027년에는 19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0월 이후 산업용 전기요금이 동결되면서 올 4분기 전력 판매 단가는 전년 동기 대비 0.2% 오르는데 그쳤다"며 "반면 원재료 가격 하락으로 전력 조달 단가는 7.7% 하락해 한전의 수익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내년 전기요금 동결 결정에도 실제 요금은 소폭 오를 가능성이 크다. 한전이 내년 1분기에 적용될 연료비 조정단가를 ㎾h당 +5원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 조정요금 등으로 구성된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최근 3개월 간 유연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원재료 가격의 변동 상황을 종합해 ㎾h당 ±5원 범위 내에서 결정된다.

한전의 전기요금 산정내역을 보면 내년 1분기에 필요한 연료비 조정단가는 ㎾h당 -13.3원이라고 분석됐다. 원재료 가격이 떨어지면서 인하 요인이 발생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한전은 전력 조달단가와 상관없이 2022년 3분기부터 연료비 조정단가를 상한선인 ㎾h당 +5원으로 적용해 왔다.

산업계에서는 전기요금 인하 여력이 생긴 만큼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국내 ㎾h당 산업용 전기요금이 중국(127원), 미국(116원)과 비교해 비싼 편이라 생산 경쟁력이 계속 저하될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비싼 전기요금은 일부 기업들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이유로도 꼽힌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최근 국가 주력 산업들이 원가 경쟁력 저하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한시적으로라도 전력산업기반기금(현재 전기요금의 2.7%)을 면제하거나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하해야 미국, 중국과의 경쟁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발전업계에서는 최근 실적 개선에도 한전이 산업용 전기요금을 쉽사리 인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는 경우가 많다. 오랜 기간 쌓여온 적자로 인해 현재도 재무 구조가 부실하다는 이유에서다. 한전은 2022년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SMP(전력도매가격)가 뛰면서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고, 올 3분기 기준 부채 규모는 205조원을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