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미국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를 두고 경영권 분쟁 중인 영풍·MBK파트너스(영풍 측)가 제기한 '핵심기술 유출 가능성'을 일축했다. 미 제련소를 향후 운영·관리하는 회사에 대해 고려아연이 통제권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 정부에 안티모니, 비스무트, 인듐 등 아연·연·동 통합공정에서 나오는 희소금속의 농축·회수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29일 "현재 추진 중인 미국 제련소 사업의 주체 '크루서블 메탈스(CrucibleMetals, LLC)'는 고려아연이 직접 설립하고 운영·관리하는 회사"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이 온산제련소 내 안티모니 공장을 방문해 생산제품을 둘러보고 있다./고려아연 제공

고려아연은 산업통상자원부에 국가핵심기술을 신청한 배경에 대해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으로서 우리의 기술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고려아연만의 독자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앞서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 및 현지 투자자와 함께 총 10조9500억원을 투자해 테네시주 클락스빌(Clarksville)에 제련소를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지난 15일 발표했다.

고려아연이 이번에 신청한 기술은 아연과 연, 동 통합제련공정에서 발생한 부산물을 단순 처리(폐기)하지 않고 순환·농축해 회수하는 생산기술이다. 이 과정에서 희소금속이자 핵심광물인 비스무트와 인듐, 안티모니, 텔루륨 등의 희소금속이 나온다.

고려아연이 희소금속 회수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 달라는 요청을 한 건 이번이 네 번째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격막 전해 기술을 활용한 안티모니 메탈 제조 기술'의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신청했지만 최종 후보군에 포함되지 못했다. 안티모니는 탄약과 방산 전자장비, 방호 합금 등 여러 군수·방위산업 분야에서 필수 소재다. 미국은 '에너지법 2020(Energy Act of 2020)'과 '국가방위비축법(Strategic and Critical Materials Stock Piling Act)'에서 안티모니를 전략광물로 지정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안티모니 제조 기술이 국가핵심기술 후보군에 들지 못한 배경에 대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해 온 일부의 반대 의견이 적극적으로 제기돼 국가핵심기술 지정이 무산됐다"고 했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경영권 분쟁 중인 영풍은 올해 2월 100페이지 수준의 반대 의견서를 국가핵심기술 심사위원회에 제출했다. 영풍 측은 자료 제출에 이어 직접 출석을 통한 설명과 브리핑까지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영풍 측은 고려아연의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방해해 놓고도, 미국 정부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추진하는 미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핵심기술 유출 위험'을 내세워 반대하는 모순된 주장을 하고 있다"고 했다.

고려아연은 1996년 호주에 설립한 제련소 법인 '썬메탈코퍼레이션(SMC)'의 사례를 들며 독자적 기술을 온전히 지켜왔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50년 이상 축적한 세계 최고 수준의 제련 기술이 제3의 기업 등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국가핵심기술 신청 및 지정 절차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것"이라면서 "국가 경제와 안보에 직결되는 기술을 우리 정부와 함께 보호하고 우리나라 고유의 기술로 유지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했다.

이어 "제3의 기업에 의한 기술 탈취 움직임 등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와 함께 국가핵심기술 보호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