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이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전환 국면에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범용 석유화학 중심에서 전기차 배터리와 수소연료전지, 반도체 등에 적용되는 고부가 스페셜티 소재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것이다.
롯데케미칼은 전남 율촌에 설립한 롯데엔지니어링플라스틱 공장이 지난 10월부터 일부 라인의 상업 생산을 개시했다고 28일 전했다.
내년 하반기 준공 예정인 이 공장은 연산 총 50만t(톤) 규모의 국내 최대 단일 컴파운드 생산기지로 모빌리티, IT 등 주요 핵심 산업에 맞춤형 고기능성 소재를 공급할 예정이다. 향후 기술력 기반의 고부가 슈퍼 엔지니어링플라스틱(Super EP) 제품군까지 생산할 수 있도록 설비를 확충하고 있다.
전지소재 사업은 자회사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하이엔드 동박과 차세대 배터리 소재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ESS), 인공지능(AI), 반도체 산업에 핵심 소재를 공급하고 있다. 특히 국내 유일의 회로박 생산기지를 통해 AI용 고부가 회로박 공급을 늘려 글로벌 수요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울산에서는 합작사인 롯데SK에너루트를 통해 지난 6월부터 20㎿(메가와트) 규모의 첫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내년까지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4기가 순차적으로 운영되면서 누적 80㎿ 규모의 전력을 공급할 예정이다.
대산석유화학단지에서도 롯데에어리퀴드 에너하이를 통해 국내 최대 규모 450bar 고압 수소출하센터를 준공하고 지난달부터 상업 가동에 들어갔다.
전지소재, 수소에너지사업 확대와 함께 반도체 분야에서의 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도 늘리고 있다. 일본 도쿠야마 기업과 합작 운영 중인 글로벌 1위 반도체 현상액(TMAH) 제조사 한덕화학의 생산 설비 확대를 추진 중이다. 경기 평택에 위치한 9800평 규모의 신규 부지에 현상액 생산시설을 추가 구축하고 있으며, 내년 말부터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롯데케미칼은 재무 건전성 개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부터 국내외 사업장과 자산 전반을 검토해 상시적으로 비효율 사업을 정리하고 미래 성장성 높은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와 함께 충남 대산과 전남 여수를 중심으로 나프타분해시설(NCC) 설비 통합과 감축도 추진 중이다. 롯데케미칼이 지난 11월 대산공장과 HD현대케미칼을 합병하는 내용으로 정부에 제출한 사업재편안은 다음달 안에 승인 여부가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정부의 석유화학산업 구조개편 정책 기조에 발맞춰 신속한 사업 재편 이행에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할 것"이라며 "포트폴리오 고도화와 사업 구조 혁신을 통해 수익성 제고와 경쟁력 확보를 위한 혁신 활동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