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선임될 한국수력원자력 신임 사장에게 모회사인 한국전력과의 '집안 싸움'을 해결하는 일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첫 번째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전과 한수원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의 공사비 정산을 놓고 국제 중재 소송을 진행 중인데, 법률 비용만 수 백억 원에 달해 로펌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6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한수원 임원추천위원회는 지난 16일 최종 면접을 통해 김범년 전 한전KPS사장(전 한수원 발전본부장), 김회천 전 남동발전 사장(전 한전 부사장), 이종호 전 한수원 기술본부장, 조병옥 한국방사선안전협회 이사장(전 한수원 품질안전본부장), 전휘수 전 한수원 기술부사장 등 5명을 최종 후보자로 압축했다.
임추위는 최종 후보자 선정 결과를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전달한 상태다. 공운위의 신원 검증과 심의·의결, 장관 제청과 대통령 재가를 거치면 신임 사장이 최종 선임된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다음달, 늦어도 2월 안에는 선임이 완료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산업통상부 고위 관계자는 한전, 한수원의 공사비 정산 소송과 관련해 "신임 사장이 선임되면 문제 해결을 위해 이른 시일 안에 자리를 만들 계획"이라고 최근 말했다.
한전과 한수원은 UAE 바라카 원전 건설 과정에서 생긴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의 추가 공사비 정산을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해 지난 5월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에 중재를 신청한 상태다.
UAE 바라카 원전은 총 4기로 구성됐으며 지난 2009년 한국이 처음 해외에서 수주한 원전 사업이다. 당시 약 20조원 규모로 계약이 체결됐으며, 2023년 4호기까지 모두 상업 운전에 들어가면서 사업이 마무리됐다. 한전은 주계약자, 한수원은 시운전 및 운영 지원 용역(OSS)을 담당하는 협력사로 사업에 참여했다.
UAE 바라카 원전은 당초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됐으나, 여러 차례 설계 변경을 거치며 2024년 완공으로 일정이 연기돼 10억달러의 추가 공사비가 발생했다. 사업 종료 이후 양측은 추가 공사비를 포함한 최종 정산을 논의했으나,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한수원은 주계약자인 한전이 추가 공사비를 정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한전은 발주처로부터 정산받는 게 먼저라고 맞서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두 기관의 수장을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혀 중재하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다. 지난 10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한전, 한수원 간 분쟁을 두고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단일한 방법이 좋을지, 한전과 한수원의 거버넌스를 어떻게 가져갈지 방안을 만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동철 한전 사장의 임기는 내년 9월까지다. 따라서 한수원 신임 사장이 임명된 후 양측이 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다는 게 산업통상부의 생각이다. 국제 중재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당사자끼리 합의를 본다면 중재 신청을 취소하는 것이 가능하다.
거액의 법률 비용 지출, 기밀 유출 우려가 있어 소송이 길어질수록 양측에 불리하다. 한전은 이번 소송으로 법무법인 피터앤김에 약 140억원, 한수원은 김앤장에 228억원을 쓰겠다고 잡아둔 상태다. 현재까지 계획된 소송 비용만 총 368억원이고, 중재가 길어지면 추가 비용이 더 책정될 수 있다. 로펌, 컨설팅사에 여러 자료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UAE 공사 관련 핵심 기술이 해외로 유출됐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