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로보틱스 이노베이션 센터에 협동로봇 모델이 전시돼 있다./두산로보틱스 제공

두산이 자회사인 두산로보틱스 지분을 활용해 9477억원을 조달했다. 지난 17일 SK실트론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본격적인 인수 실탄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보유 중인 두산로보틱스 주식 1170만주를 처분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처분 금액은 9477억원으로, 이는 두산 자기자본 대비 7.97%에 해당한다. 처분 방식은 주가수익스와프(PRS)다. PRS는 정산 시기에 주가가 기준가보다 낮으면 두산이 차액을 물어주고, 높으면 차익을 배당받는 파생상품 계약이다. 이번 계약의 기준 주가는 8만1000원이며, 계약 기간은 3년이다. 이로써 두산의 두산로보틱스 지분율은 기존 약 68%에서 50.06%(3244만9038주)로 줄어든다.

두산은 이번 지분 처분 목적을 "M&A 투자 재원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 등"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 자금이 SK실트론 인수에 투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은 지난 17일 SK㈜가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70.6%를 인수하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SK실트론의 기업가치를 5조원 이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이번 인수 대상 지분의 가격은 3조~4조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두산은 이번 PRS로 확보한 9477억원을 포함해 인수금융 등을 통해 나머지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자금 조달은 두산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전략과 맞닿아 있다. 두산은 에너지와 기계 사업에 이어 반도체를 그룹의 새로운 핵심 축으로 육성하고 있다.

두산이 세계 웨이퍼 시장 점유율 3위인 SK실트론 인수를 마무리하면 반도체 사업의 수직 계열화가 가능해진다. 2022년 인수한 반도체 후공정 테스트 국내 1위 기업 두산테스나와 반도체 소재(CCL)를 생산하는 전자BG(전자비즈니스) 사업부에 웨이퍼 제조사인 SK실트론을 연결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구조다.